시한 17일 남겨놓고 방향 못정하자… 기업들 미래 불투명에 정치권 성토 野-언론, 메이 총리직 사퇴 압박 노동당 “합의안 사망”… 조기총선 요구 14일 ‘노딜 브렉시트’ 찬반 표결
분열된 영국, 깜깜한 앞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 하원에서 2차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가 부결된 직후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의사당 밖에서는 브렉시트 반대파 여성(왼쪽)과 찬성파 남성이 논쟁을 벌였다. 브렉시트 시한을 불과 17일 앞두고 영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이 극심하다. 런던=신화·AP 뉴시스
○ 백스톱에 또 잡힌 발목
12일 오후 치러진 2차 승인투표 결과는 찬성 242표, 반대 391표였다. 149표 차로 1월(230표 차)보다는 격차가 줄었지만 이 역시 영국 의정 사상 4번째로 큰 표차여서 누가 봐도 총리의 대패(大敗)라는 평가가 나온다.
1월과 마찬가지로 또 백스톱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메이 총리는 당일 0시 EU 의회 본부가 있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긴급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1차 투표 때 당내 반대파의 반발을 불렀던 백스톱 종료 시점에 대해 “EU가 백스톱 조항을 무기한 유지하려고 하면 영국이 이의를 제기해 이를 중단토록 하겠다”며 EU의 양보를 끌어낸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 국민 불만 폭발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부결 직후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데드라인이 불과 17일 남았지만 의회는 여전히 분열돼 있다. 브렉시트를 할지 말지는 물론이고 조기총선 소집, 2차 국민투표 실시 등도 명확하지 않다”고 영국의 깜깜한 앞길을 소개했다. 영국 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노딜 브렉시트(합의안 없는 EU 탈퇴)가 가까워졌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원은 13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결과는 13일 오후 7시(한국 시간 14일 오전 4시)경 나온다. 가결되면 16일 후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고 부결되면 14일 브렉시트 시점을 연장하는 안에 대한 투표가 이어진다. 노딜 브렉시트가 부결되고 연장안 투표가 가결돼도 뚜렷한 명분이 없어 EU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해줄지 미지수다. 13일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시 현재 100% 무관세인 EU 수입품 중 82%는 무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EU는 “영국 수입품과 수출품에 세계무역기구(WTO) 기준대로 예외 없이 일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 메이, 더 버틸 수 있을까
텔레그래프는 이날 새 총리 후보군 11명에 관한 보도까지 냈다.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과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이 선두에 있고,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도미니크 랍 브렉시트 장관,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이 뒤를 쫓고 있다. 자비드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