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0… 13세 ‘촉법소년’ 범죄 공포
1월 22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무인 코인노래방 기기가 부서져 있다. 이날 14세 미만의 소년들이 이 노래방에 침입한 뒤 호미, 소화기 등을 이용해 기기를 부수고 돈을 훔쳐 달아났다. 점주 제공
지난달 19일 오전 1시. 경기 의정부시에서 무인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36)는 노래방 내부를 비추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다 중얼거렸다. 화면 속 4명의 소년은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고 검은색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이날도 그들 손에는 호미처럼 생긴 쇠꼬챙이와 드라이버, 절단기가 들려 있었다. 이 중 1명인 오모 군(13)이 노래방 기기 오른쪽에 있는 돈 넣는 구멍에 쇠꼬챙이를 끼운 뒤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박 씨는 “또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노래방에 있던 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 씨는 아이들이 경찰서로 끌려갔다는 연락을 받고도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들 오늘 바로 풀려나 또 찾아올 거예요.”
박 씨의 노래방이 오 군 일당의 먹잇감이 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1월 박 씨는 노래방 지폐교환기 한쪽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오 군 일당은 호미로 기기를 부수던 중 망을 보던 한 명이 손님이 온다는 손짓을 하자 그대로 달아났다. 2월 3일 오 군 일당 중 2명이 또 박 씨의 노래방을 찾았다. 범행은 1월보다 더 과감했다. 이날 2명의 소년은 입구에 설치된 지폐교환기 두 대를 모두 부쉈다. 황모 군(13)은 끝이 휘어진 쇠꼬챙이를 기계 오른쪽 틈에 넣고 흔들었다. 다른 한 명은 기계를 함께 흔들었다. 이들은 벌어진 틈으로 손을 넣어 4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박 씨는 “무인 노래방이어서 CCTV로 관리를 하는데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촉법소년들이 노래방 등 유흥점포에서 절도를 시도하는 시간대는 주로 오후 10시 이후다. 이때는 업주들이 절도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망설인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오후 10시 이후에 미성년자를 출입시켰다는 이유(청소년보호법 위반)로 업주가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 업주 최모 씨(37·여)는 지난해 12월 A 군(13) 등 8명이 실로 꿴 동전을 노래방 기기 투입구에 넣은 뒤 노래가 끝나면 다시 동전을 빼내는 장면을 CCTV로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일로 최 씨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A 군 등은 경찰에서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지만 최 씨는 영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정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7년 부산 여중생 폭행, 서울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등의 가해자 중 일부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에 그치자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