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노리코가 처음 다도를 배운 스무 살부터 25년간 세월을 보여준다. 영화사진진 제공
‘일일시호일’을 쓴 모리시타 노리코는 “다도를 배운 뒤로 계절, 공기, 소리 같은 오감이 섬세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photo by Sakurako Kuroda
“선생님은 ‘그럴 땐 잠시 마음을 멀리 떨어뜨려두면 돼’라고 하셨죠. 그만둘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 정도의 애매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정말 그만두고 싶은 것인지 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도는 예술이자 철학, 삶의 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계절을 맛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타인을 대접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작은 다실에서 일시적으로 속세를 벗어나는 ‘작은 출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책에 다채로운 화과자가 등장합니다. 차마다 어울리는 화과자가 따로 있나요.
“화과자는 디자인으로 계절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예술입니다. 벚꽃 하나로도 막 피기 시작한 ‘첫 벚꽃’, 천천히 져가는 ‘꽃보라’, 강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꽃잎을 표현한 ‘꽃잎 뗏목’ 등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죠.”
―영화를 본 소감은 어땠나요?
―한국에서 ‘일일시호일’ 책과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오감을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다실에서는 생물로서의 오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의 소리와 차가운 물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죠.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무의식에 진정한 행복을 향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머리를 ‘무(無)’로 만든다는 점에서 다도는 최근 유행하는 명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잡념을 잊고 오로지 맛있는 차 한 잔에 집중하다 보면 이따금 아주 기분 좋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이 ‘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