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년 맞는 서초구 내곡도서관
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도서관에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내곡중 학생과 주민이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내곡도서관은 지난해 개교한 내곡중 안에 학교 도서관과 별개로 개관한 구립도서관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6일 오후 2층 서고에서 마주친 교복 차림의 10대 여학생이 60대 남성의 물음에 손을 맞잡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거리에서 봤다면 ‘소, 닭 보듯’ 지나갔을 이들을 세대를 뛰어넘어 묶어준 것은 서울 서초구 내곡도서관이다.
20일로 문을 연 지 1년이 되는 내곡도서관은 내곡중학교 안에 있다. 1∼3학년 교실이 있는 본관 옆 별관 2, 3층을 쓴다. 학교에 도서관이 있는 게 뭐가 특별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곡도서관은 조금 다르다. 구립도서관이 학교 안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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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주민과 학생 간의 교류도 활발하다. 도서관 운영에 학생과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도서관 소식지를 만드는 내곡중 동아리 ‘메이커’는 계절마다 소장 도서 가운데 ‘시크릿 북’을 선정한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이 각각 읽으면 좋을 책을 메이커 회원 8명이 3권씩 뽑는다. 제목을 모르도록 포장하고 키워드만 적어 놓고 책꽂이에 진열한다. 회원인 정미주 양(15)은 6일 “지난해 12월 시크릿 북 24권이 사흘 만에 모두 대출됐다. 주민을 위한 보물찾기놀이를 만든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내곡동 주부 이효정 씨(44)는 도서관 한쪽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초등학생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10년 정도 출강도 했지만 아이를 낳은 후 강단에서 멀어졌다. 자녀와 함께 내곡도서관을 찾았다가 공간을 제공한다는 공지를 보고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이 씨는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도서관에서 재능을 나누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이라 해도 학교 안에서는 ‘외부인’이다 보니 긴장감도 존재한다. 학생 안전 문제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 침입해 학생들을 상대로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내곡도서관 건립 초기부터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난 1년간 그런 우려들을 도서관 측과 주민, 학교,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 해소하고 있다. 도서관 측과 주민들은 ‘주민협력파트’를 구성해 학교 및 학부모와 함께 공동협의체를 만들었다. 협의체는 지난해 하반기만 세 차례 회의하며 학생 안전의 최적 방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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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