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준 재능대 명예교수
때가 되면 하얀 병원선이 섬에 정박해 섬 주민들을 위해 건강진단도 해준다. 또 공공근로라 하여 주민들은 마을 청소를 공동으로 하고 근로 수당을 받는다. 각종 명목으로 지급되는 노인복지 수당 중의 하나다.
그런데 복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다른 세상에 사는 노인들이 있다. 바로 대도시의 구도심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다. 대다수가 오랫동안 한동네에 살아온 터줏대감인 이들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대도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다. 더욱이 사는 마을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재개발이 추진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단독주택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면 건축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이를 사들여 다가구 빌라를 짓는다. 이런 식으로 인천의 구도심은 거의 대부분 빌라촌이 돼 버렸다. 이런 빌라촌은 도시 미관과도 거리가 있다. 재개발사업 추진의 원동력으로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구역은 정부 예산으로 주거시설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까지 깔끔하게 정비해 주는 데 반해 다른 구역은 노인들이 완강히 반대하는데도 한 구역 전체를 정비한다며 강제로 노인들의 재산을 반 토막 낸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이 이렇게 불공평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이런 지역에 사는 노인들의 소원은 오직 하나다. 그들은 정부 지원도 바라지 않는다. 노인들을 내쫓는 재개발을 중단하고 오랜 세월 살아온 곳에서 이대로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요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러 가지 사적인 사건이 올라오고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쏟아진다. 하지만 구도심에서조차 밀려날 노인들과 정부의 미흡한 대책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구도심 음지의 이 노인들은 정녕 갈 곳이 없다.
노영준 재능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