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기정화기 설치, 강당-체육관은 제외… “실내체육도 마스크 쓸 판”

입력 | 2019-03-07 03:00:00

[미세먼지 재난]아이들 건강 소홀한 교육당국-학교




장관들 부랴부랴 학교-어린이집 점검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친 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사진 왼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실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 사진)은 서울 용산구 청파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마스크 착용법을 듣고 있다. 뉴스1

“미세먼지로 온 세상이 뿌옇게 변했는데도….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군요.”

6일 전남지역에 사는 학부모 A 씨의 하소연이다. 이날 아침 전남 일대의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200μg 가까이로 치솟은 상황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를 학교에 보내며 가슴이 아팠다고 한다. A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공기정화장치’가 한 대도 없다”며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돼 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신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고 말했다.

A 씨뿐 아니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6일,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뛰어노는 학교 내 ‘미세먼지 안전’이 위협받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실시하고, 교실 내에 공기정화장치가 있어도 가동하지 않는 등 미세먼지에 둔감한 학교가 많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청소년이나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정기석 한림대의료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아이들은 초미세먼지(PM2.5)의 일차적인 방어막이 돼주는 코 점막과 체모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며 “폐의 면역세포와 상피세포도 성인보다 더 민감해 초미세먼지 속 유해물질의 자극을 더 강하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공기정화장치 하나 없는 교실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나타냈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공기정화장치 설치 비율이 74.9%(2019년 2월 기준)에 그친다. 초등생 자녀를 둔 경기지역 학부모 B 씨는 “학교 4곳 중 1곳은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데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계속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는 곳이 적지 않다”며 “미세먼지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곳에서 계속 공부해야 한다니 이민 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중학교는 공기정화장치 설치율이 25.7%, 고등학교 26.3%로 더욱 열악하다.

교육부는 올해까지 가능한 한 학교 내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끝낼 방침이지만 그 계획에 실내 강당이나 체육관이 포함되지 않는다. 전남의 한 학부모는 “강당에서 체육을 하다 보면 폐활량이 많아 미세먼지를 많이 흡수하는데도 공기정화장치가 없다”며 “교장이 재량으로라도 공기정화장치를 놓지 않으면 교육청에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미세먼지에 둔감한 학교의 태도에 더 큰 분노를 표출했다. 경북지역의 한 학부모는 “아파트에서 내다보니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창문을 계속 열고 수업을 하기에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경기지역의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생 수가 많아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학생들이 발암물질을 한 시간가량 먹은 셈 아니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실에 설치된 공기정화장치도 방치되기 일쑤였다. 학부모 C 씨는 “교장이 1000만 원을 들여 교실 공기정화장치에 좋은 필터를 장착했다고 강조했는데 교사 중 누구도 정화장치를 가동시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상황이 너무 악화되자 일부 학부모는 아예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호흡기질환이 있다’는 의사 소견서가 있으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일 때 학교에 가지 않아도 질병결석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교사는 이 같은 교육부 지침을 모르고 무단결석으로 처리해 학부모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학교도 나름대로 고충이 크다. 학생들은 학부모의 우려만큼 미세먼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지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2년 차 초등학교 교사는 “하교할 때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신신당부해도 교실에 꼭 서너 개씩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왜 우리 애 마스크 안 챙겨줬냐’고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조건희·김하경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