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압박이 김정은을 회담으로 끌어냈다고 착각"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생산 중단으로 착각" "경제발전 약속으로 김정은 유혹할 수있을 것으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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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이어진 북미 핵협상 국면을 미국은 세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저명 외교평론가 프랭크 자누지 ‘모린 앤 마이크 맨스필드 재단’ 이사장은 5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하노이 회담의 재앙적 성공과 실패 피하기”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기고문 주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재앙을 피했다. 회담을 앞두고 평화, 제재, 한반도 주둔 미군 등 모든 것을 내주고 김정은 위원장의 공허한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예기치 않게 회담을 중단하고 ‘다음 번’을 기약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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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양측은 실무협상에서 풀지 못한 입장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비관론자들이 우려했던 성공도, 낙관론자들이 예상했던 실패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상회담이 완전히 시간낭비였던 것도 아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굴육적인 실패-가까운 장래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이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견해차이를 좁힐 수 있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2017년 ‘(평창)올림픽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됐을 때 트럼프 정부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오판하고 있었다. 특히 북한의 행동을 규정하는 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오판이 있었다.
▲미 정부는 김정은이 한국과 정상회담을 한 것이 미국 주도의 ”최대 압박“ 때문이었다고 잘못 생각했다. 김정은이 움직인 것은 정치적 입지가 튼튼해지고, 확고한 핵억지력을 확보했으며, 북한과 협상 의지가 강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북한 경제를 심하게 압박했지만 망가트리지는 못한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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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는 경제 발전 약속이 김정은을 유혹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 장미빛 미래를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아이는 아니다. 북한은 경제 개혁에 따르는 위험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이 경제 기적을 이끌어낼 능력이 있다고 믿은 것은 실제 김위원장의 능력을 넘는 일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잘못된 가정들을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은 하노이에 오면서 상대방이 ‘절박’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노이에 왔다. 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빈 손으로 하노이를 떠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위원장이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영변 비핵화를 넘는 양보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노이 회담은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현실을 일깨워줬다. 다행이 회담은 독설과 함께 끝나지 않았고 해결 의지를 남겼다. 양측 모두 결렬 뒤 하루가 지나기 전에 외교 노력을 지속할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위원장의 예의바른 편지를 받기까지 잠시 뾰루퉁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하노이 회담 결렬을 두고 북한에 보복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 먼지가 가라앉으면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가 김혁철 대미대표를 다시 만나 새로운 실무협상을 벌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를 떠난 뒤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이 상처받았으며 일방적으로 무장해제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과도한 요구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국제적 지위와 체제 정당성을 높이는 것임을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날 밤 늦게 외교 노력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상회담에서 유용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회담의 앞날을 비관하지 않았다.
회담이 재개될 때 양측은 하노이의 교훈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김위원장은 제한적인 핵활동 중단으로 제재 완화를 얻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특히 미국은 영변만이 아니라 모든 핵물질 생산 중단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이들 시설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세부 사항을 가려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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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북한이 빅딜을 거절할 것을 확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 딜’을 권했다는 보도들이 있다. 보도가 맞다면 볼튼이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대통령이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 같지는 않다.
이번 회담의 최대 승자는 멋진 회담 장소를 제공한 하노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분쟁은 명확한 해법이 있었다면 70년 동안 지속되지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의 자신만만한 접근법은 행정부의 단단한 기초작업이 있다면 의미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정은 평탄하지 않고 굴곡이 많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즐겨하는 말대로 ‘알게될 것’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