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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부-권력 독점한 엘리트, 민주주의 기반 흔든다

입력 | 2019-03-02 03:00:00

◇엘리트 제국의 몰락/미하엘 하르트만 지음·이덕임 옮김/376쪽·1만6800원·북라이프




2017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전자기업으로 평가받는 지멘스는 독일의 공장 3개를 매각·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3500명의 일자리를 없앴다.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경영진은 오히려 무덤덤했다. 당시 조 케저 최고경영자(CEO)는 심화되는 빈부 격차에 대해 “노동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비단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 양극화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 배경에는 각국의 정치·경제·사회·사법·언론 등을 장악한 엘리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엘리트’는 우수한 능력이 있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엘리트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엘리트라는 용어 자체가 나치 정권에서 유래했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어 배타적으로 부와 권력을 독점해 왔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대중과 괴리된 엘리트 집단이 증가할수록 점점 대중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는다. 이로 인해 대중의 정치 혐오와 포퓰리즘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민주주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포괄적이고,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