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
그래서 다음 날 저녁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술 대신 알코올 없는 호주산 진저비어를 마셨다. 가능한 한 일찍 집에 들어갔다. 내 몸이 과잉 생산하는 점액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에는 집에서 쉬면서 가정 치료법을 받았다. 침도 맞고, 따뜻한 차도 마셨다.
월요일 아침에 기침을 심하게 해서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에 가기로 했다.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편이라 항생제는 처방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증상을 관리하는 정도의 약 처방전을 받았다. 다음 사흘을 병가를 내고 잠을 많이 잤다. 목요일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느껴져 출근을 했는데 아뿔싸, 지나고 보니 그것은 실수였다.
그 순간, 나는 진퇴양난이었다. 아내는 한 시간 전에 자기 형제를 만나러 긴 지하철 여정을 시작했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같이 갈까? 아니면 먼저 혼자 옷가지를 챙기고 가서 입원할까? 아니면 지금 전화해서 집으로 오게 하고 돌아오는 그 긴 여정 동안 걱정하게끔 할까?’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하든 혼이 날 테다. 몇 분 고민 끝에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오후 6시쯤 집에 돌아온 뒤에야 폐렴에 걸렸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역시 혼이 많이 났다. 일찍 전화하지 그랬냐고 말이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고 변호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당장 후다닥 가방을 싸서 병원에 갔다. 아주 큰 병원은 아닌 데다 토요일 저녁이라 병원 내 1층은 좀 어둡고 쓸쓸한 편이었다. 접수데스크에는 남자 한 명만 있었다. 접수를 마치자 우리를 4층으로 안내했다. 올라가 보니 마치 나를 기다린 것 같았다. 간호사는 동네 병원 의사 선생님에게서 나의 정보가 몇 시간 전에 들어왔는데 왜 이제야 입원하러 왔느냐고 했다.
결국 병원에 누워서 정맥 주사로 항생제와 영양제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키는 194cm이고, 병원 침대는 작은 편이고, 형광등은 항상 켜져 있어야 하고, 병실에 있는 냉장고는 시끄러웠기 때문에 첫날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키가 큰 탓에 링거 바늘에서부터 피가 역류했다. 이튿날 밤은 좀 나아졌지만 역시 집 침대가 최고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출근을 하고 나서 사나흘째 되던 날. 건강 상태를 95%쯤 되찾게 됐다고 생각할 때 또다시 감기에 걸렸다! 아니, 이 세상에 정의라는 건 없나? 하지만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내가 너무 건강에 자신만만했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됐다. 아내도 인간의 병은 ‘외병’과 ‘내병’이 있다고 했다. 외병은 추운 날씨나 나쁜 공기처럼 환경에서 오는 병이지만 내병은 마음의 근심이나 욕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아직 믿어지진 않는다.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