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9일 선보인 ‘신라면 건면’. 2000번이 넘는 시식, 총 2년간의 개발 기간 끝에 내놓은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일반 라면의 70%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신라면 특유의 ‘맛있는 매운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 제공
신라면 건면 개발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농심은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1년여의 검토 기간 끝에 신제품의 콘셉트를 건면으로 결정했다. 건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미 건면 전용 제조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당시로서는 타당성 있는 선택이었다.
○ 맛 설계부터 다시… 2017년 프로젝트팀 출범
신라면 건면 개발에 참여한 별첨개발팀 노경현 과장, 면개발팀 신봉직 과장, 수프개발팀 김재욱 과장(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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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프 개발에선 신라면 특유의 ‘맛있는 매운맛’을 그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같은 국물이라도 어떤 면을 넣느냐에 따라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탕면을 튀기는 기름이 고추와 후추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보니 건면으로 맛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같은 국물에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을 넣고 먹어 보면 건면이 더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팀은 건면의 고추와 후추 함량을 줄이고 소고기육수와 표고버섯 등 국물 맛에 깊이를 더하는 재료를 늘려 건면으로 바뀌면서 생긴 맛의 차이를 줄였다.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채소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렸고, 유탕면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 문제도 동시에 해결했다.
○ 칼로리는 기존 제품의 70% 수준
면 역시 건면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라면 고유의 특징을 담았다. 심지어 조리 시간까지 맞췄다. 면 개발팀 신봉직 과장은 “신라면의 4분 30초 조리 시간은 그대로 지키면서 건면 특유의 쫄깃함과 잘 퍼지지 않는 면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미세한 기공이 생기는 유탕면과 달리 바람에 말리는 건면은 면의 밀도가 높고 더 쫄깃하지만 상대적으로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농심 측은 “면의 두께와 폭, 재료의 배합 비율을 조절해 4분 30초의 조리 시간과 건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Kcal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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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미세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율 작업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심은 사내 30여 명의 맛 전문가로 패널을 구성해 수없이 시식 조사를 반복하며 재료의 배합비를 맞췄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매주 1회 이상 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발 기간만 2년. 총 2000번이 넘는 시식 끝에 지금의 신라면 건면이 만들어졌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으로 라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외연을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측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인 만큼 평소 라면을 덜 먹거나 먹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