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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단독]‘윤봉길 의사 장손녀’ 윤주경 前관장 “보훈처서 ‘BH 뜻’ 이라며 사퇴 종용”

입력 | 2019-02-19 11:12:00

최초 증언…피우진 처장, 국회 답변에서 ‘종용 시인’
직권남용·독립운동가 후손 예우 논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에 대해 “보훈처가 불법적으로 관장직 사퇴를 종용했다”는 자유한국당 검찰 고발건과 관련, 윤 전 관장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윤 전 관장은 1월 23일 ‘신동아’와의 대면 인터뷰 및 세 차례 전화통화에서 “2017년 7월경 국가보훈처 A국장이 찾아와 ‘윤 관장은 사표 낼지 안낼지 지금 결정하고, 사표는 일주일 안에 내달라. BH(청와대를 지칭) 뜻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취임한 윤 관장은 당시 임기가 두 달여 남은 때였고, 국가공무원법 33조가 규정한 임원 결격사유도 없었다.

윤 전 관장은 “(후임 관장 임명을 위해) 지금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임 관장 인선작업을 해도 내 임기(2017년 9월)는 자연스럽게 끝나는데 왜 사표를 내라고 하느냐”고 되물었으나 “‘(보훈처 국장으로부터) 빨리 (윤 관장의 거취를) 결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게 확인했더니 ‘(사표 종용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 다른 곳(보훈처 산하 3개 공공기관)도 다 그렇게 한다’고 말하더라”며 “독립기념관장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임기가 보장됐는데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의아했고, 또 그런 소리(사퇴 종용)를 듣는 자체가 부끄러워 그동안 말을 못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피 처장은 사퇴 종용 일주일 뒤 윤 전 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관장님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오네. 관장님은 사표 내지 마. 보훈처 3개 산하기관을 개혁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사퇴 종용) 됐어’라고 해명했다”는 게 윤 전 관장의 전언이다.

의아한 사실은 윤 전 관장 사퇴 종용 한 달 뒤 피 처장이 국회에서 사퇴 종용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피 처장은 2017년 8월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백승주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사표를 종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신동아’가 2017년 피우진 보훈처장의 국회 회의록 답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독립기념관법’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장은 임원추천위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보훈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3년) 보장과 후임자 지명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윤 전 관장은 “내가 (사표 종용에) 토 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정권이 바뀌면 통상적으로 이런 식으로 (기관장 교체가) 이뤄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독립운동가와 유가족을 예우해야 할 보훈처는 자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거 같다”고 지적했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자유한국당은 1월 7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A국장을 권한남용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330개 공공기관 임원 660여 명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관리한 혐의(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도 함께 수사 의뢰했다. 결국 피 처장과 A국장은 직권을 남용해 임기가 보장된 관장을 쫒아내려 했는지, 실제 ‘청와대 뜻’에 따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임원 퇴출의 일환이었는지는 검찰 수사로 밝혀지게 됐다.

이와 관련 보훈처는 “수사 대상인 사건에 대해 보훈처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윤 전 관장 임기는 3년(2014년 9월 22일~2017년 9월 21일)이지만 독립기념관 정관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2017년 12월 17일)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했다”며 ‘참고하라’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관장 사퇴 종용을 즈음한 2017년 8월 15일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습니다.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하겠습니다. 독립운동가의 3대 후손까지 예우하고 자녀와 손자녀 전원의 생활안정을 지원해서 국가에 헌신하면 3대까지 대접받는다는 인식을 심겠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자세한 기사 내용은 ‘신동아’ 2019년 3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