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장애 김하선씨 입학 앞두고 연세대-학생들 ‘동행 프로젝트’
시청각 장애를 가진 김하선 씨가 지난해 11월 17일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점자교과서를 들고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를 나서고 있다. 동아일보DB
“그럼 2라운드에 ‘촉감으로 상자 속 물건 맞히기’ 게임을 넣자.”
“오리엔테이션(OT) 상황을 점자로 전달하려면 누군가가 타자를 빨리 쳐야 할 텐데, 누가 속기사 역할을 맡을래?”
이달 초 연세대 19학번 신입생 OT를 기획하던 이 학교 교육계열 학생들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OT를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연세대 개교 이래 처음 입학하는 시청각장애 학우인 김하선 씨(19)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김 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전국에서 가장 늦은 오후 9시 43분까지 점자 수능 문제지를 풀어 화제가 됐다(본보 지난해 11월 19일자 A2면 참조). 그는 수시전형으로 이 대학 교육학과에 합격했다.
연세대 교육계열 학생 대표를 맡고 있는 3학년 허나연 씨는 “기사를 통해 하선 학우가 우리 과에 들어온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함께 즐길 OT 및 새내기배움터(새터)를 위해 미리 하선 학우를 만나 여러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통상 신입생 OT는 게임과 응원, 학교 프로그램 안내 등으로 구성된다. 비장애 학생들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장애 학생들로서는 참여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면 행사 진행 내내 ‘외딴 섬’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면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텍스트로 입력한 뒤 점자화해 알려줘야 한다. 그나마 김 씨는 왼쪽 귀의 청력이 조금 남아 있어 누군가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해주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연세대에는 지난해까지 장애 학생 72명이 재학 중이었다. 허 씨는 “가장 신경 쓰는 건 우리가 몰라서, 미처 생각지 못해서 하선 학우가 배제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라며 “개학에 앞서 이런 고민을 같이 공유하고 함께 답을 찾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5년간 서울맹학교만 다닌 김 씨에게 대학생활은 그 자체가 도전이다. 맹학교는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몇 개인지, 복도 어디쯤에 전기 스위치가 있는지 모두 꿰고 있다. 모든 시설이 장애를 고려해 갖춰져 있다. 하지만 대학은 전혀 다르다. 특히 연세대는 신입생들이 1학년 때 모두 송도캠퍼스에서 기숙생활을 한다. 김 씨에겐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맞는 ‘날것 그대로의 세상’인 셈이다.
연세대 측도 처음 맞는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이삼현 연세대 인권센터 장애학생지원실장은 “장애 학생들에게 학습에 필요한 대필, 이동보조, 식사보조 등 인력지원을 하는데, 시청각 장애가 있는 하선 학생에게는 2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의시간 중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자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당 가격이 600만 원인 점자전달단말기도 필기용과 읽기용으로 2대를 지원한다. 이 실장은 “지난 학기 한 청각장애 학생이 학점 4.3으로 만점을 받았다”며 “필요한 지원을 하면 장애 학생들의 학업적 성취에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