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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축구를 지배하는 건 나야 나! 군산 달군 8인제 축구

입력 | 2019-02-14 14:40:00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야, 여기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왼쪽으로 움직여, 내가 짧게 찰게.”

평소와는 달랐다. 5~6개월 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축구 현장에는 지도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학부형들의 환호, 탄식이 가득했다. 이제는 아니다. 경기장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선수들이다.

14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한 2019 금석배 축구대회는 이전의 익숙한 스타일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야심 차게 도입한 8인제다. 올해부터 초등부 축구(12세 이하)는 8인제로 시행된다.

초등리그뿐 아니라 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적용된다. 대한체육회가 5월 개최할 전국소년체육대회 역시 8인제 형식이 확정됐다.

규칙이 흥미롭다.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뛰도록 교체 제한을 폐지했다. 공간 활용과 빌드-업을 위해 골킥이 하프라인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스스로가 상황을 판단하고 플레이하도록 경기 중 지도자들의 코칭 행위를 금지시켰다.

벌써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선수 숫자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팀들이 희망을 얻었다. 전체 인원이 8명으로 딱 맞춘 팀들도 전국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아예 교체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으나 만약 8인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아예 해체의 길을 밟을 뻔한 팀들이다. 선수들의 진로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긍정적이다.

그라운드가 떠들썩해졌다는 점은 축구 인들을 더 없이 흐뭇하게 한다. 경기를 만들어가는 건 선수 자신이다. 서로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전·후반 25분씩, 총 50분 경기를 풀어갔다. 협회 홍명보 전무는 “축구를 아이들이 직접 읽고 소통한다.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경직된 사고는 재미없는 축구를 만들지만 이제는 다른 시대가 열린다. 득점력도 향상됐다. 좁은 지역에서 많은 기회가 열리다보니 찬스도 늘어났다. 한국축구의 고질병은 ‘골 결정력 부족’이다.

협회는 오래 전부터 초등부의 8인제 도입을 추진했다. 다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도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 쉽게 손을 댈 수 없었다. 결국 소통이었다. 지난해 강원과 전북대회에 8인제를 시범 운영하며 개선점을 찾았고, 일선 지도자들과 조금씩 접점을 찾아나갔다. 코칭 타임의 제한은 다소 답답하나 제자들의 성장만큼은 고개를 끄덕였다.

협회의 미하엘 뮐러 기술발전위원장(독일)은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12세 이하다. 자신이 판단하고 개인기량을 향상시키는 데 8인제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군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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