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겨울종목 섭렵 47세 철녀, 스키 도전 3년 만에 처음 정상 “내년 패럴림픽 사이클 꼭 금메달”
이도연이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좌식 4.5km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핸드사이클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쓴 이도연이 스키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여름의 도로를 휘어잡던 여인이 겨울 눈밭에서도 여왕이 됐다. 그것도 47세의 나이에. 사이클 강자로 지내다 44세의 나이에 입문한 스키에서 3년 만에 국내 정상에 올랐다.
‘철의 여인’ 이도연(전북)이 설원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도연은 13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제16회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바이애슬론 좌식 4.5km에서 19분1초10으로 1위를 차지했다. 노르딕스키 세부 종목 중 하나인 바이애슬론은 사격과 크로스컨트리스키가 결합된 스포츠다. ‘한국 좌식 노르딕스키 1호’ 서보라미(33·하이원)는 김세정(42·광주)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핸드 사이클의 여왕’ 이도연이 스키로 금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 아시아경기 핸드 사이클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는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신의현(39)은 지난해 노르딕스키(크로스컨트리)에서 한국에 사상 첫 패럴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인물이다.
2017년 장애인겨울체육대회에 처음 출전했지만 3관왕에 오른 서보라미의 벽을 넘을 수 없었던 이도연은 “보라미가 최근 몸이 아파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보라미의 컨디션이 좋을 때 제대로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눈밭에서도 최고가 된 이도연의 눈은 내년 도쿄 패럴림픽을 향하고 있다. 주 종목인 핸드 사이클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40대 후반. 웬만한 이는 체력이 떨어지고 노화 진행 속도는 빨라지는 나이다. 엄청난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사이클과 노르딕스키가 나이 들수록 힘에 부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숫자로는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몸으로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레이스를 마친 뒤 결승선에서 이도연을 만난 서보라미가 말했다.
“도연이 언니는 정말 체력을 타고난 것 같아요. 젊은 남자들과 붙어도 지지 않을걸요?”
평창=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