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구체적 조치 이행 압박 포석
평양 간 베트남 부총리… 김정은 국빈방문 협의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1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의 두 손을 맞잡고 있다. 팜빈민 부총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12일 평양에 도착했다. 평양=AP 뉴시스
동유럽을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한 행사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개 항을 거론한 뒤 “각 조항마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각 조항의 진전과 관련해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는 물론 북한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등 체제 보장뿐만 아니라 비핵화와 관련해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대북제재 등 북한의 경제발전과 관련한 합의가 담길 수 있다는 것. 앞서 비건 대표가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국회 대표단에 “북한과의 하노이 정상회담 의제로 12개 이상을 합의했다”고 말한 것도 결국 비핵화 세부 이행 조치의 합의를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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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제재가 먼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12일 펴낸 2차 북-미 회담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시료 채취를 포함한 철저한 검증을 수용할 경우 미국은 경제제재의 일부를 면제·완화해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유 공급량 확대→철도 연결사업 개시→금강산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개의 순서로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이르면 24일경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노이 현지에서 막판 치열한 실무협상이 예고되고 있는 데다 베트남 국빈방문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정상국가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에 맞춰 해외 순방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24, 25일경 베트남에 도착하는 일정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이 평양을 방문한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진행하고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견해 일치’라고 표현한 만큼 북한과 베트남이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에 대해 합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