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1호 선정]첫 심의위, 규제 4건 ‘낱개’ 완화
그러나 기업 애로를 건별로 심의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런 방식은 산업계가 요구해 온 규제개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안전과 관련된 예외적인 사안만 규제하는 방식으로 입법 체계를 유연하게 만들지 않고는 일부 기업에만 선택적으로 우선권을 주는 임시방편에 그친다는 분석이다.
○ 일부 기업에 조건부 허가 ‘반쪽 규제 완화’
광고 로드중
싱가포르는 3년 전부터 기업이 일정 요건을 갖추었는지만 확인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정부가 지정한 전략 거점에서는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지역특구형’ 샌드박스를 시작했다. 한국은 적극적인 규제 해소의 전 단계인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뒤처진 양상이다.
○ 특례 뒤엔 또 임시허가…법 개정 기다려야
이날 심의 결과에 대해 기업들 역시 “환영한다”면서도 “한시적 허가 이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기간이 지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4개 업체 중 도심 수소충전소(현대자동차)와 유전자 검사를 통한 건강증진 서비스(마크로젠)의 경우 특정 기간 동안만 시범적으로 사업을 허용하는 ‘실증특례’로 허가받았다. 2년 동안 사업을 해본 뒤 다시 심의를 받아 임시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기간이 끝난 뒤에도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관련 제품이 해외 선진국에서 인증을 받은 뒤에야 국내에서 인증을 하곤 한다”며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시장에 출시했지만 인증이 없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 “규제 혁신은 속도가 중요”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이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수개월에 걸쳐 일일이 기업 신청을 심의하는 ‘돌다리 두들기기 식’ 방식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규제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이 자리 잡거나 강력한 사업자가 등장했을 경우, 국내에서 뒤늦게 규제를 해소한다고 해서 이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규제 혁신도 글로벌 경쟁이라는 인식을 갖고 책임소재를 두려워하기보다 모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의 성과 중심 방식을 버리고 규제 시스템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배석준·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