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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여성 신체형상 본뜬 성기구(리얼 돌) 수입 허가 해야”

입력 | 2019-02-11 10:45:00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자위기구 이른바 ‘리얼 돌’의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김우진 부장판사)는 수입업체 A 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사는 2017년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했을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의학이나 교육, 예술 등 목적으로도 사람의 형태를 띤 인형이 사용되는 만큼 그 인형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음란성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고 A 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성 기구’라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성 기구 일반을 규제하지 않는 국내 법률 체계를 고려하면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며 “유럽연합(EU)이나 영미권,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 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한편 리얼 돌을 국내에서 직접 제작해 판매하는 업체가 지난 해 등장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하지 않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로 리얼 돌이 정부의 수입금지 품목에서 제외 될지 주목 된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