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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비정규직 청년이 떠나는 길은 조용했다. 조문객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지도 울음소리가 가득하지도 않았다. 대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들이 빈소를 가득 메웠다.
7일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빈소에는 여러 정치인이 조문을 왔다.
이날 정치인 중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어머니 김미숙씨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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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우원식 의원 등 9명이 빈소를 찾았다.
지난해 12월21일 김씨가 일하던 화력발전소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이 대표는 “현장에 가보고 나서야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 국회에서 통과된 산업안전보건법을 잘 지키는 것, (김씨 사망) 원인이 된 외주업체들이 비정규직을 채용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고 운영한 것을 바로 잡는 일 등을 하나하나 해볼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 의원은 “이번에는 위험의 외주화를 확실히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려고 한다”며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책임 있는 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우리가 해야 할 과제를 법안에 잘 담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미숙씨는 “제가 자식을 잃고 가슴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 평생 안고 가야 한다”며 “다른 사람도 이런 아픔을 겪지 않게끔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4명도 고인을 기리기 위해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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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씨는 “자식 죽은 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사람들이 안 본다”며 “이만큼 힘들고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해야 국민이 알아주고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주기 때문에 제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낮 12시15분께 빈소를 찾고 김미숙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떠났다.
드문드문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박정민(26)씨는 “저도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안타까웠다”며 “좋은 곳에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온 김해성(28)씨도 “이제까지는 죽기만 하고 바뀌지 않았다”며 “이번을 계기로 노동사회의 안전을 더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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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수도회 수녀들은 염습을 할 때 시신에 입히는 수의를 직접 만들어 방문했다.
이애령(68) 호노리나 수녀는 “태안에 있는 분향소에 방문했을 때 (수의를) 제안했고 유가족들이 기쁘게 받아들이셨다”며 “몸에 맞는 수의를 만들고 기다리다가 장례 일정을 확인하고 전달하러 왔다”고 했다.
장례식장 한쪽 벽면에 마련된 곳에서는 김씨를 애도하는 메모가 붙었다. 메모지들에는 “당신의 목숨값이 헛되지 않게 정부는 더 이상 외면 말라”, “우리가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든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는 상식적인 사회가 필요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번 장례식은 민주사회장 삼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4시에 진행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