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소극적 의미의 존엄사만 허용한다.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약물의 도움을 받는 적극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다르다. 지난 1년 동안 연명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3만5839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1만4147명이다. ‘죽을 권리’를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으나 죽음이란 단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가족끼리 이를 대놓고 이야기하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죽는 게 어둡고 외롭고 쓸쓸한 게 아니다. 이 세상 즐겁게 살다가 이제 당신들과 작별할 때가 왔다. 그동안 날 사랑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이 한마디 말을 남기고 싶다.’ 얼마 전 가까운 가족과 친구를 초대해 축제 같은 생전장례식을 연 암환자 김병국 씨(86)가 쓴 글이다. 모든 생명의 끝자락에는 소멸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죽음을 당당히 마주할 때 삶은 더 찬란해진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해지는 것은 덤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