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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과이도와 통화 “강력지지”… 마두로는 美국민에 영상편지

입력 | 2019-02-01 03:00:00

베네수엘라 ‘두 대통령’ 진영 대결
트럼프 “자유 위한 싸움 시작됐다”, 볼턴 “마두로가 훔친 금 거래말라”
비자금 의혹 니카라과 회사도 제재
마두로, 美 아픈 기억 동원해 편지… “베트남戰처럼 되지 않게 도와달라”




“마두로 독재는 이제 그만”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반(反)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더 이상 독재는 그만”이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내 50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카라카스=AP 뉴시스

미국이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과 직접 통화하며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영상 편지를 보내며 베네수엘라가 “라틴아메리카의 베트남이 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맞불 작전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역사적인 대통령직 인수를 축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와 통화했다”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베네수엘라의 투쟁에 대해 미국이 강력하게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열렸다”며 “자유를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과이도 임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자유와 번영을 위한 미국의 헌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며 “그는 오늘(30일)과 2월 2일 열리는 마두로 반대 시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연일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그는 트위터에 “은행업자, 중개업자, 무역업자 등 사업가들에 대한 조언이 있다”며 “마두로 마피아가 베네수엘라 사람들로부터 훔친 금, 원유 혹은 다른 베네수엘라 상품을 거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 제재를 통해 미국은 니카라과의 알바니사도 제재했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PDVSA가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는 사기업 알바니사를 통해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이 비자금을 축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과도 정부는 미국 내 베네수엘라 정부 자산에 대한 인수 절차를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과이도 의장이 임명한 카를로스 베키오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대리는 30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악관 관리들을 만나 마두로 정권이 소유한 미국 내 자산 인수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하면 31일 재무부 관리들을 만나 법적 절차에 따른 자산 인수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반(反)마두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열렸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과이도 의장 측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전국 5000여 곳에서 약 2시간 동안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시위를 주도한 과이도 의장은 “정부의 수사 따위로 밤잠을 설친 적은 없다”며 “우리는 절대 이 나라를 떠나지 않고, 이미 떠난 국민들도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에서 반마두로 정서가 심화하는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시위 전 군인 및 기독교인들을 만났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국 국민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올리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력 개입하면 베트남전쟁 때보다 더 나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베트남과 같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국의 아픈 기억을 동원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멕시코와 우루과이는 베네수엘라 사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이 사태에 중립 입장을 취하는 국가와 국제기구를 소집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7일 몬테비데오에서 열릴 이 회담에는 최소 10곳의 국가 혹은 국제기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대화를 통한 해법 도출’에 동의한 바 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