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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침구도 직접 써보고 구매하세요…‘경험 소비’ 트렌드 확산

입력 | 2019-01-31 17:06:00


30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 자주테이블. 메뉴판에는 ‘이딸라 부라타 치즈 샐러드’, ‘이도 떡볶이’ 같이 음식 이름 앞에 식기 브랜드 이름이 같이 써 있었다. 세트 메뉴도 ‘이도 세트’, ‘웨지우드 세트’ 같이 식기 브랜드명이 붙어 있다. 잠시 후 나온 음식들은 메뉴판에 적힌 해당 브랜드 식기에 담겨 나왔다. 질 좋은 그릇을 사용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홍보 전략처럼 보이지만 그 이상이다. 고객이 원하면 식사할 때 썼던 것과 같은 식기를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층은 생활관으로 각종 키친웨어를 모아놓은 곳이다. 전문식당관은 11층인데 자주테이블만 키친웨어가 있는 9층에 따로 배치했다. 자주테이블을 운영하는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식기 구입을 원하는 손님들은 같은 층에 있는 해당 식기 매장으로 안내해드린다”면서 “음식이 담긴 그릇을 직접 보고 사용도 해보고 구매를 결정한 것이어서 매장에서 눈으로만 보고 산 고객들보다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자주테이블에서 사용하는 식기 브랜드는 분기별로 신메뉴 출시와 함께 바뀐다.

최근 레스토랑, 호텔 등을 중심으로 매장에서 고객이 직접 사용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이른바 ‘경험 소비’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선 고객이 원하면 지난밤 객실에서 사용한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베개, 이불, 목욕 가운 등은 물론 객실에 있는 테이블도 구입이 가능하다. 호텔 내 일식당에서 제공하는 자작나무 젓가락도 현장에서 바로 살 수 있다. 제주도에 있는 해비치호텔도 2월부터 객실 욕실에 비치된 샴푸, 로션 등 PB(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해비치호텔 관계자는 “객실에서 사용했던 제품들을 집에서도 쓰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가 많아 판매하게 됐다”면서 “고객 반응에 따라 판매 상품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면적 활용이 자유로운 편인 아웃렛에는 이 같은 ‘체험형 매장’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개장한 롯데프리미엄아웃렛 기흥점 서핑용품 매장에는 실제 서핑을 할 수 있는 실내 서핑장이 있다. 매장 면적 463.4㎡(옛 140평) 규모로 매장에 실내 서핑장을 운영하는 건 롯데가 처음이다. 인근 골프용품 판매점에는 300인치 와이드 스크린의 ‘스크린 골프룸’이 설치돼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고객들의 구매 편의를 돕기 위해 제품을 눈으로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체험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합리적 소비 행태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 체험을 통해 얻은 만족감을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면서 구매에 대한 확신이나 책임이 생기게 된다”면서 “구매 전 꼼꼼하게 따지는 합리적 소비 행태가 늘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에서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트렌드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 경험 후 구매’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자주테이블 입점 이후 같은 층 식기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호텔에서 직접 경험한 편안함을 집에서도 느끼고 싶은 고객들이 늘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