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안부 장관 “일본, 희생자들 절규에 응답해야” ‘허스토리’ 출연 김희애, 일반시민 조문도 이어져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천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평화·인권 활동가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놓여있다. 2019.1.31/뉴스1 © News1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이자 평화·인권 활동가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2019.1.31/뉴스1 © News1
이후용(79)씨가 3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후 빈소 앞에 주저 앉아 곡소리를 내고 있다. 2019.1.31/뉴스1 © 뉴스1
지난 28일 암으로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사흘째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31일 낮 12시20분 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김 장관은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할머니가 한국 현대사에 던진 죽비와 같은 깨침이 있었다”며 “(스스로) 모든 걸 드러내며 일제 하에서 유린당했던 우리 여성인권 문제와 종군 위안부 문제를 세계 인류에 호소하신 분”이라고 추모했다.
김 장관은 “저희들이 제대로 뒷받침해드리거나, (할머니의) 가치를 제대로 제도화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 있다”며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일본 지도자들이 고인 같은 희생자들의 절규, 또 도덕적 회개 요구에 성실히 답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군인권센터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제 강점하에서 일본군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벌인 범죄행위인데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들은 김 할머니를 아직 조문하지 않았다”며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비슷한 시각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했던 배우 김희애씨와 민규동 감독도 빈소를 방문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일본 정부와 싸웠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관부(關釜)재판’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오후 2시2분 쯤 빈소를 찾은 한완상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은 뉴스1과 만나 “패권국가의 권력이 우리민족을 짓밟았다”며 “김 할머니의 아픔은 개인의 아픔이 아닌, 일본제국주의의 모든 아픔을 대신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김 할머니의 육체는 죽었지만, 마음과 영혼을 망가뜨린 일제 폭력에 평화운동을 하신 김 할머니의 정신과 삶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조문온 이들은 나비 모양의 메모지에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할머니의 행적이 담긴 전시물을 보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대학 총학생회를 같이하는 친구들과 왔다는 성준형씨(22)는 “중학교 때 정기적으로 수요집회에 참석하다가 고등학교 때는 많이 못갔는데, 고1 때 간 수요집회에서 김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뵀다”며 “(피해)사실 자체를 알리려는 김 할머니의 의지에 감탄했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주에서 올라온 조문객도 있었다. 김영훈씨(37)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열심히 알리다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꼭 한번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남은 우리만이라도 잊지말고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들, 생각하신 것들, 잘 이어받아 해 나가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본 나가노현에서 온 와타나베 히로시게 신부(55)는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용서하고 싶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일본 정부가 할머니에게 사과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놓쳤다는 게 안타깝다”며 “일본 사람으로서도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상주 없이 억울하게 가시는 애국자를 지키러 왔다”며 “나라가 약해서 이런 일을 당했는데 한도 풀지 못하고 가신 김 할머니가 너무 불쌍하고 가엾다”고 슬퍼했다. 이씨는 조문 후 빈소를 나와서도 바닥에 주저 앉아 “아이고 원통해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습니까, 다 잊고 편히 잠드소서”라며 약 15분 간 곡소리를 냈다.
2월1일에는 김 할머니의 발인이 있을 예정이다. 오전 6시30분에 발인식을 가진 뒤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광장~일본대사관을 거쳐 노제를 지내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영결식이 엄수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