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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교폭력, 가해자 선도할 기회 주되 ‘억울한 피해자’ 없게 하라

입력 | 2019-01-31 00:00:00


교육부가 어제 학교폭력 가해자가 경미한 징계를 받으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으며, 피해자와 부모가 동의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학교가 해결할 수 있도록 한 ‘학교폭력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일어났고 이듬해부터 반드시 학폭위를 열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학교폭력예방법이 시행됐다. 그런데 학폭위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현상이 나타나자 처벌에 앞서 학교가 선도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지금은 가해자가 서면사과, 접근금지, 교내봉사같이 경미한 징계(1∼3호 조치)를 받아도 상급학교 진학 자료로 쓰이는 학생부에 기록이 남는다. 이 때문에 가해자는 잘못을 부인하고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소송을 불사한다. 학폭위 재심 청구 건수는 2017년 1868건으로 4년간 2.5배 늘었고, 행정심판은 643건으로 2.6배 늘었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은폐나 축소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가해자를 교육하거나 화해시키기를 포기한다. 피해자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해 상처가 깊어진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학교에 대한 불신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폭위를 열지 않고 학교가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51.4%)과 반대(48.6%)가 팽팽했다. 경미한 학교폭력에 한해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은 반대가 59.8%로 찬성(40.2%)보다 많았다. 학생·학부모만 보면 반대 비율이 더 높다.

학교 내 위원회를 거쳐 학폭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고, 은폐·축소 시 징계를 가중하는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쉬쉬’ 덮으려는 관료주의 문화 때문에 원통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학교가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교사의 대응 교육을 강화하는 등 법령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