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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국새 100년간 바다 4번 건너… 홍진 가문, 목숨처럼 지켰다

입력 | 2019-01-21 03:00:00

[2019 3·1운동 100년, 2020 동아일보 100년]
험난한 여정끝 고국 품으로… 기증 밝힌 홍진 손자며느리 신창휴씨 인터뷰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지낸 홍진 선생의 손자며느리 신창휴 씨가 18일 미국 동부 모처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에 단독 공개한 임시정부 의정원 관인 등 도장 4개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는 남편 홍석주 씨(홍진 선생의 손자·2016년 작고)의 유언에 따라 이 도장을 소중히 보관해 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남편이 숨지기 석 달 전 이 도장을 꺼내더니 ‘나 대신 잘 보관했다가 할아버지 흉상이 세워지는 날 국가에 기증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과 국무령을 지낸 만오(晩悟) 홍진 선생의 손자며느리 신창휴 씨(85)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동부 모처에서 진행된 동아일보 및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6년 87세로 작고한 남편(홍석주)의 유언대로 도장을 안전한 모처에 두고 가보로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안을 이유로 인터뷰 장소 공개를 극구 꺼렸다.

취재팀이 확인한 임시정부 의정원 관인 등 도장 4개는 만오 선생이 1945년 중국 충칭(重慶)에서 허리춤에 차고 귀국한 허리띠 및 지퍼가 달린 남색 주머니에 담겨 있었다.

신 씨에 따르면 남편 홍 씨는 이 도장을 목숨처럼 지켰다. 6·25전쟁, 일본 유학(교환교수), 미국 이민 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그는 “남편이 6·25전쟁 피란 당시 도장주머니를 베개에 돌돌 말아 넣고 잠을 잘 때도 그 베개만 썼다”며 “가족들에게도 도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1943년 중국 충칭에서 열린 재중자유한인대회에서 총주석 자격으로 연설하는 만오 홍진 선생의 모습. 한시준 단국대 교수 제공

그는 취재팀에 홍 씨가 가족에게 남긴 ‘홍진 도장 및 문서 원본’이라는 3장짜리 문서도 공개했다. 문서에는 “영구 가보로 보관할 것, 햇볕과 습기에 쬐이지 말 것”이란 당부 사항과 설명이 빼곡했다.

‘임시의정원인(臨時議政院印)’이라고 새겨진 가로 5cm, 높이 6cm의 검은색 목재 도장에는 ‘1919년부터의 의정원 인장’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홍 씨는 이 문서에 “임시의정원인은 1919년 4월 임시의정원 수립 때부터 유일한 도장으로 임시정부 및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적었다.

‘홍진(洪震)’이라고 새겨진 옥돌로 만든 작은 도장에는 ‘관용’ 및 ‘공문서’에 쓰였다는 말도 있었다. 이 외 만오 선생이 1919년 4월 중국으로 망명하기 전 법관과 변호사로 일하며 썼던 그의 본명 홍면희(洪冕熹)가 새겨진 도장, 또 다른 호 ‘만호(晩湖)’가 새겨진 도장도 1점씩 있었다.

신 씨는 “시조부께서는 ‘독립운동을 하는 의병들에게 벌을 줄 수 없다’며 법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일하다 중국으로 망명했다”며 “가산까지 팔아 독립운동을 위해 떠난 뒤 남은 가족들이 일제의 감시 및 생활고로 힘들게 살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의 남편 홍 씨는 생전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내며 독립운동을 이끈 조부의 업적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이에 코닥에서 일했던 홍 씨와 약사 신 씨 부부는 직접 조부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일에 매달렸다. 신 씨는 “정확한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국가에서 독립유공자에게 주는 지원금 대부분을 홍진 학술대회 개최 및 홍진 선생 연구서 출판에 썼다”며 “남편이 ‘조부의 흉상이라도 세워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남편의 유언대로 국회에 흉상이 세워진다니 그날 내 손으로 이 도장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홍진 선생은 좌우, 여야를 떠나 민족이 모두 하나가 되길 원하셨다”며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올해 시조부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이 하나로 똘똘 뭉쳐 훌륭한 나라를 건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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