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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통 끝에 빛본 규제 샌드박스, 백 개든 천 개든 과감히 해보라

입력 | 2019-01-18 00:00:00


정부가 규제혁신의 대표 정책으로 추진해온 ‘규제 샌드박스’가 어제 처음 시행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 주는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판에서 마음껏 뛰놀 듯 기업들이 규제에 구애받지 말고 신사업을 시도하라는 뜻에서 규제 샌드박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규제 샌드박스 5개 법 가운데 4개가 작년에 국회를 통과했고, 그중에서 시행령이 만들어진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어제 발효됐다. 4월에는 금융혁신법과 지역특구법이 시행되며, 행정규제기본법도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규제 샌드박스가 문을 열자마자 KT와 카카오페이가 ‘공공기관 등의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현대자동차가 도심 지역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임시 허가와 실증특례를 신청하는 등 19개가 접수됐다. 예를 들어 수소차 특례가 통과되면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설치가 어려웠던 수소차 충전소도 서울 시내에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잘 운용되면 그 어떤 규제 개혁보다 효과가 큰 제도다. 숙박 공유나 카풀 등과 관련된 개별 법안들이 규제와의 지상전투라면 규제 샌드박스는 대형 폭격기 동원에 비유할 수 있다. 신기술과 서비스에 관련된 규제를 하나하나 풀 필요 없이 일단 모든 규제를 무시하고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창업한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세계 어떤 호텔 체인보다 커졌듯이, 우선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소비자들이 그 효용가치를 인정하면 모든 규제와 기득권은 하루아침에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그동안은 온갖 규제 때문에 혁신적 제품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선(先)허용 후(後)규제’ 방식이 정착돼 신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은 10여 년 동안 논란만 벌이다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기업인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가시적이고 의미 있는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가 100건 이상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있던 신산업 육성을 서둘러 선진국을 쫓아가려면 연간 1000개를 해도 모자란다. 정부는 더욱 야심 찬 로드맵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기 바란다. 만약 부작용이 발생하면 미국처럼 사후에 보완하면 된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혁신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