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법정 구축 사업인 법원의 정보화사업 과정에서 500억 원의 입찰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전·현직 법원행정처 직원들과 납품업체 관계자 15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공무상 비밀누설, 입찰방해 등 혐의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직원 강모 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전산장비 납품업체 관계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씨 등은 지난해까지 수년 간 법원의 정보화사업 입찰과 관련해 특정업체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하고 총 6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부당한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법원 발주 사업은 모두 36건으로 계약금액은 총 497억 원에 이른다.
법원행정처 전산주사보(7급) 출신 남 씨는 2000년 퇴직한 후 납품업체를 설립해 법원행정처 현직 직원의 도움을 받아 20년 가까이 법원 발부사업 수주를 독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 씨는 최근까지도 법정에서 문서를 화면에 띄워볼 수 있도록 한 실물 화상기 도입 사업 등 법원행정처 사업을 따냈다. 법원행정처는 인사·예산·회계시설 등 법원의 행정을 담당하는 대법원 소속 기관이다.
법원행정처 현직 직원들은 남 씨 회사가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뒷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입찰 정보를 빼돌려 남 씨에게 전달하거나, 특정 업체가 공급하는 제품만 응찰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등 남 씨 회사를 사실상 내정한 상태에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대가로 법원행정처 과장인 강 씨는 5년간 총 3억1000만원, 손모 씨는 3년간 2억6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행정관인 유모 씨와 김모 씨는 각각 6700만원, 5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남 씨 관련 업체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3억 원을 생활비로 쓰고 명절에는 5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형 TV 등 고급 가전제품을 받거나 모델명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골프채를 받아낸 정황도 밝혀졌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입찰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내부감사를 벌인 후 지난해 11월 초 현직 직원 3명을 직위 해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주영 기자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