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투잡을 뛰는 사람이 최근 3년간 210만 명이나 늘어 지난해 말 7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한국과는 딴판이다.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 경제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일본에선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을 못 찾는다. 그러니 투잡족이 늘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직장인의 투잡을 막았던 ‘표준취업규칙’을 바꿨고 공무원의 투잡을 인정한 지방자치단체도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야근, 잔업 등 특근 수당이 많았던 일부 정규직 근로자들까지 소득이 줄자 생계형 투잡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줄어든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또 다른 일자리에서 밤을 보내는 근로자들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되면서 아르바이트생도 투잡, 스리잡을 뛰어야 할 형편이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업주들이 여러 명을 짧은 시간 고용하는 ‘쪼개기 알바’를 쓰고 있는 탓이다. ‘주경야독’ 대신 직장인의 밤을 빼앗은 투잡 시대가 안쓰럽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