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인조 강도중 1명 법의 심판
○ ‘제2지존파’로 불린 도피범
이 씨는 1999년 서울 강남 일대에서 부녀자들을 납치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한 4인조 일당 중 한 명이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그해 모두 검거돼 징역 13∼1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씨의 도피 생활은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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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일당의 이 같은 수법은 1994년 강남 부녀자 5명을 납치해 살해한 지존파의 범행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을 ‘제2의 지존파’로 부르며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이 씨는 범행 한 달 뒤인 1999년 4월 수사망이 좁혀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위조 여권을 사용해 중국으로 달아났다. 자신이 납치한 여성의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혀 TV에 방송되자 해외로 도주를 결심한 것이다.
○ 해외 도주 확인돼 결국 심판대에
이 씨의 행적은 19년간 묘연했다. 그의 혐의인 특수강도강간의 공소시효는 15년. 2014년 3월이 지나면 공소시효 만료로 그는 처벌을 면하게 돼 있었다. 이 씨가 지난해 9월 잠복 경찰과 맞닥뜨렸을 때도 태연했던 이유다. 일당 3명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인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던 공범은 2017년 초 출소했다.
하지만 이 씨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형사소송법상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만큼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것. 경찰이 이 씨의 행적을 포착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수상한 사람이 있다’며 이 씨의 인적사항을 경찰에 넘긴 것이다. 이 씨는 2017년 10월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는데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확인한 결과 출국 기록이 없었다. 입국자의 출국 기록이 없다면 출국할 때 위조 여권을 썼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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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 같은 출입국기록과 위조 여권 사용 증거를 내밀며 “처벌을 피하려 도주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씨는 발뺌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강도 성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고 단순 (현금) 인출책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공소시효도 지났고 공범들이 다 출소해 붙잡힐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구속돼 기소된 이 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