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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젊은 음악가, 누굴 만나든 배울 점 많아”

입력 | 2019-01-04 03:00:00

獨 송년공연 성황리에 마친 조성진




지난해 12월 30일 독일 뮌헨 헤르쿨레스 홀에서 열린 송년 음악회에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을 이끌고 있는 거장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왼쪽)와 함께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조성진은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완벽하게 합을 이루는 연주로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Peter Meisel

“나이 많은 거장을 만날 때만 큰 깨달음을 얻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젊은 음악가들한테서도 누굴 만나든 배울 것이 많습니다.”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지난해 세계 곳곳에서 100회 이상 연주했다. 올해에도 이반 피셰르, 마레크 야노프스키, 야니크 네제세갱 등 이름만으로도 놀라운 거장들과의 협연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는 “개성과 강점이 다른 지휘자들과 만나는 투어를 통해 더욱 많이 배우겠다”고 당찬 새해 포부를 밝혔다.

그는 4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2019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새해 인사를 한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독일 뮌헨에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송년 자선공연 무대에 섰다. 부상당한 피아니스트 랑랑을 대신해 무대에 선 조성진은 거장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합을 맞춰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 전 리허설에서 조성진이 지휘자 얀손스와 함께 악보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Peter Meisel

고요하게 내면으로 침잠하며, 처연하게 깊고도 유머로 반짝이는 조성진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이 끝난 뒤에는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들려왔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3악장은 피아니스트로서 보여줄 수 있는 비르투오시티(고도의 연주 기교)의 향연이었다. 얀손스의 지휘를 따라 오케스트라가 고조된 감정을 먼저 들려주면, 조성진이 화답하듯 그 감정과 색채감을 피아노로 구현했다. 음악적 기준이 높기로 소문난 뮌헨의 청중이지만, 연주가 끝나자마자 브라보 소리가 앞다퉈 터져 나왔다. 몇 번의 커튼콜 이후 조성진은 앙코르 곡으로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를 연주했다. 첼로 수석 리오넬 코테는 “발췌된 악장만 연주한다는 것이 아쉽다. 놀라울 만큼 사색적이고 깊이 있는 모차르트와 압도적인 차이콥스키까지, 다음 기회에는 전곡 협연으로 꼭 조성진과 다시 연주하고 싶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공연 전후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만났다.

―리허설에서 얀손스와 매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얀손스는 마음 깊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지휘자라 연주 전 미팅을 할 때부터 떨리고 설렜다. 파리 유학 시절, 살 플레옐에서 하는 얀손스의 공연은 전부 다 봤다. 이렇게 함께 연주할 기회가 빨리 오게 될 줄은 몰랐다.”

―매우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소감이 어떤가.

“안정을 추구했던 리허설에서와는 달리 얀손스가 실황에서만 가능한 마법을 부렸다. 그 일부가 될 수 있어서 기쁘고 만족스럽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0회 이상 연주했는데. 체력적으로는 괜찮은가.

“비행기를 타면 바로 잠들고 평상시에도 잠을 정말 잘 잔다. 매일 연습하면서 체력적으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운동도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한다. 아직 젊어서 장거리 비행을 하고 피곤해도 푹 자고 일어나 맛있는 걸 먹으면 다 풀린다.”

―올해는 이반 피셰르, 마레크 야노프스키 등 거장들과의 협연 무대가 이어진다.

“세상에는 서로 다른 개성과 색채를 가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들이 있고 누가 더 취향에 맞느냐의 문제일 뿐,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지휘자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음악이 기대된다.”
 
뮌헨=김나희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