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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美법원 “北, 웜비어 사망 5억 달러 배상”… 김정은 사과하라

입력 | 2018-12-26 03:00:00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은 24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석방된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북한의 야만적 고문으로 숨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북한이 유족에게 5억113만 달러(약 5643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 등을 통해 정상국가로 탈태(奪胎)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상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만 한다는 경종이 울린 것이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조국인 미 법원의 판단이라 해서 의미를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미 법원은 웜비어의 사인(死因)과 여러 전문가들의 소견을 토대로 웜비어의 죽음이 북한의 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웜비어는 뇌 혈액 공급이 5∼20분간 중단돼 사망에 이르렀는데 이는 북한의 물고문과 치아 꺾기 고문, 전기 고문으로 인한 호흡 중단 때문이라는 판결 내용은 문명국가의 법정 어디서든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이다. 식중독 사망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확인된 것이다.

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명문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22세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는 북한 측 발표를 백번 인정한다 해도 호텔에서 선전선동용 포스터 한 장을 훔쳤다는 것이다. 그게 고문하고 15년 강제노동형을 선고할 중죄였는지 북한은 답해야 한다. 웜비어의 가족이 북측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번 판결이 상징하는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북-미관계 개선에도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결과 보고를 받고 “진전이 있다”며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고대한다”고 했다. 북핵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거둬 국내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비핵화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인권 문제도 전혀 개선이 없을 경우 미국 내 대북 협상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