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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도 아닌데… 목숨 잃는 언론인들

입력 | 2018-12-25 03:00:00

멕시코-美-인도, 위험지역 상위권
특정 언론인 겨냥한 테러 늘어… 61%가 의도된 공격에 목숨 잃어
美언론 “트럼프에도 일부 책임”




특정 언론인을 겨냥한 공격이나 테러가 언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엔 언론인이 분쟁 지역이나 재난 현장과 같이 위험한 현장을 취재하다 다치고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특정 언론인이 의도된 공격에 의해 숨지는 경우가 더욱 많아진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 언론인 폭력 및 학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올해 언론인이 가장 많이 숨진 ‘위험 국가’ 상위 6개국 중 3개국이 비(非)분쟁 지역이다. 분쟁 지역인 아프가니스탄(15명), 시리아(11명), 예멘(8명)에서 숨진 언론인도 많았으나 멕시코(9명), 미국(6명), 인도(6명)는 분쟁 지역이 아님에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특히 미국은 1995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톱5’에 꼽힌 적이 없었지만 이번엔 인도와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위험 국가’ 순위에 드는 비분쟁 지역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4년엔 5위까지가 모두 분쟁 지역이었지만 2015년(프랑스)과 2016년(멕시코)엔 각각 1개국, 2017년엔 2개국(멕시코, 필리핀)으로 늘더니 올핸 다시 3개국으로 증가한 것이다. 사고가 아닌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언론인의 비율도 2015년(49%)부터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61%나 됐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들의 언론인을 향한 혐오 발언이 전례 없는 폭력의 증가를 낳았다”며 “이런 증오심의 표출은 폭력을 정당화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위험 국가 공동 5위에 오른 이번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CNN은 19일 “기자들이 정부의 고위 관료들로부터 ‘국민의 적’으로 매도됐던 올해 미국은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데뷔했다”고 꼬집었다. 올해 6월 총격 사건으로 언론인 4명을 잃은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지역 신문 캐피털 가제트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진실의 수호자들’ 중 하나로 뽑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전체 5위, 아시아 국가 중에선 가장 많은 언론인이 살해됐던 필리핀도 미국과 비슷한 경우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살해당하는 언론인은 대부분 부패했다”, “당신(기자)이 무언가를 잘못 썼다면 표현의 자유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발언으로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RSF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언론인을 겨냥한 공포스러운 발언을 많이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집권당인 인도국민당에 각을 세우는 언론인들이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도국민당 출신의 정부 관료는 기자(press)와 성매매 여성(prostitute), 두 단어를 결합한 ‘프레스티튜트(presstitute)’라는 말을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조롱하기도 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