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9시 인천 송도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진리관A 105호. 한파로 다소 쌀쌀한 강의실에는 1학년 학생 100여 명이 두툼한 패딩을 입고 수업 중이었다. 수강 과목은 ‘사회참여-인천 지역 사회문제 해결 워크숍’이었다.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인천 지역 곳곳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학생들이 조를 이뤄 직접 조사하고 그 대안을 찾아내는, 이른바 ‘사회적 혁신’ 방식의 수업이었다. 이 날 종강을 맞아 학생들은 17개 팀이 돌아가며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을 발표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노인문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실제 피부로 접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인천 남동구 남촌도림동을 찾아갔습니다.”
3조 오정연 씨(19·교육학과 18학번)의 발표가 시작됐다.
3조는 낙후된 복지시설, 독거노인이나 아동들을 위한 돌봄 시설 부족이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자료조사와 조별 토론 끝에 ‘독일식 다세대 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독일 전역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상주하며 노인과 아동들에게 의료 및 교육, 재취업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복지시설이 있다. 3조는 남촌도림동에 있는 낡은 노인복지회관을 독일식 다세대 주택 같은 복지시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오 씨는 “조사 프로젝트를 마친 뒤에야 우리 주변, 우리 지역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마다 사회적 혁신 교육이 퍼지고 있다. 청년들이 직접 지역 안으로 들어가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를 길러내자는 취지다. 종전에는 강의실에서 교과서로 이론적 교육만 받았지만 이제는 거리, 주거지역에서 생생한 현실을 마주하고 직접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같은 사회적 혁신 강좌는 KAIST를 시작으로 부산대, 한양대, 숭실대, 이화여대, 연세대, 숙명여대로 퍼져나갔고 지난달에는 서울대도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합류했다. 이선구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는 “저학년은 문제점 발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다양하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HeBrew코워킹센터에서는 사회적기업 서포터즈 성과공유 워크숍이 열렸다. SK행복나눔재단이 만든 자원봉사 동아리 써니(SUNNY)의 구성원들이 모여 그간의 활동 결과를 나누는 자리였다. 써니는 국내외 약 4000여 명의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다양한 대학 소속의 학생들이 모여 사회적 혁신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적기업과 손잡고 그들의 경영이나 마케팅을 돕는 활동을 한다.
이웃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혁신’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열린 사회적 혁신 동아리 워크숍에서 숙명여대 학생이 발표하는 모습. 송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어떻게 사회적 혁신가를 양성할 것인가 하는 ‘교수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은 2017년 ENSI(사회혁신 교육자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국내외 약 80여 명의 교수 등 교육자들이 서로 강의 노하우를 나누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ENSI는 지난해 5월 공모전을 진행해 우수 연구 사례를 선정했고 일부는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SK행복나눔재단 관계자는 “학교폭력, 노인소외, 장애, 사회적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의 다양한 이슈와 문제점을 발굴해 사회적 혁신으로 해답을 찾아내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