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작가 엄성민이 말하는 ‘이 영화를 쓴 이유’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엄성민 작가는 “외환위기와 끝까지 싸워 보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외환위기를 소재로 시나리오를 쓴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취재에 활용한 자료는 무엇인가?
“환란 특위의 국정조사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IMF사태의 원인과 교훈’ 등 경제연구소 저서와 개인의 수기, 1997년 1월부터 11월까지 일간지 기사 등 가능한 한 많은 기록을 찾았다. 기업인이 이사와 이사회를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은 은행원 수기에서, 금융맨 윤정학이 ‘여성시대’ 라디오 엽서로 프레젠테이션하는 장면은 손숙 씨가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직전 경제 사정이 나쁘다는 사연이 이상하게 많았다’고 밝힌 내용을 참고했다.”
―직접 취재도 했나?
“사업에 실패한 분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아무도 믿지 마”라는 갑수의 마지막 대사가 나왔다. 초고를 완성한 후 영화사에서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모두의 아픔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기를 막으려고 했던 인물(한시현)을 가장 먼저 설정하고 위기에 투자하는 인물(윤정학), 위기를 모르고 어려운 선택을 한 사람(갑수)을 세팅했다.”
―재정국 차관(조우진)은 캐릭터가 단편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볼 수 있다. 다만 환란 특위 보고서와 당시 언론의 경제팀에 대한 지탄의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공분과 안타까움을 영화에 담기 위한 것이지, 특정인을 악마화하려 의도한 것이 아니다.”
―한시현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이 주목받았다.
―개봉 시점이 묘하다.
“학생 졸업 작품이다(웃음). 영화로 만들어질지 몰랐고 개봉 시점도 예측하지 못했다. 사실 1997년에 어떤 일이 있었나보다는 다시 아픔이 없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
―이야기의 흐름이 막힐 때 어떻게 돌파했나?
“어두웠던 분위기를 느끼려고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 봤다. 음식점에서 가격 할인을 한 백반 메뉴를 ‘캉드쉬 정식’으로 내놓은 사진이나, 사정이 어려워진 부모가 버린 ‘IMF 고아’ 이야기를 봤다. 아픔을 공감하려 했다.”
―영화 개봉 후 소감이 어떤가?
“시간 나면 매일 영화관에 가서 반응을 듣는데 관객 대부분이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 배우고 있고, 다음 작품도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로 준비 중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