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 140명이 참여한 ‘상영 방행 행위’ 금지 가처분신청 받아들여 박수남 감독의 ‘침묵-일어서는 위안부’ 상영장 300m 이내 접근 못해 위안부영화 상영 관련 첫 사례인 듯 변호사 측 “다른 우익 단체에게도 경종을 울릴 것” 재일동포 박 감독,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무섭다”
박 감독 측은 4일 요코하마(橫浜) 시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우익 단체 ‘기쿠스이(菊水)국방연합’을 대상으로 “8일 요코스카(橫須賀)에서 열리는 상영회에 대해 접근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명령신청를 법원에 냈는데 6일 요코하마지방재판소 민사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위안부 관련 영화에 대해 이런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과 변호를 맡은 간바라 하지메(神原元) 변호사는 6일 요코하마의 가나가와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을 설명했다. 간바라 변호사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우익 세력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무법자들과 끝까지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박 감독을 돕겠다며 일본 전국에서 모인 변호사만 14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의 몸을 이끌고 회견장에 참석한 박 감독은 여전히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때도 그랬듯이 여러 곳에서 방해를 받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살아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무섭다”고 말했다.
박 감독 측은 향후 도쿄 등에서 있을 상영회에 또 다른 우익 단체의 항의가 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추가로 하겠다고 밝혔다. 간바라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조치는 우익 세력의 집단적 항의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사회에 명령한 데에 의의가 있다”며 “다른 우익 단체에게도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화를 통해 한일 관계를 다시 보자는 움직임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쿄 니혼대 예술학부 영화학과 3학년 학생들은 8일부터 ‘한반도와 우리’라는 제목으로 한일 간 역사 및 재일한국인 등을 다룬 영화 18편을 도쿄 시부야의 극장 ‘유로스페이스’에서 일주일 간 연다. 이들은 박 감독의 ‘침묵, 일어서는 위안부’를 비롯해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그린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 재일교포 1세대의 이야기를 다룬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 등을 상영할 계획이다.
일본 대학생 한일 영화제
요코하마=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