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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시장실까지 출입한 간 큰 ‘가짜 권양숙’

입력 | 2018-12-05 03:00:00

지인 행세까지 하며 ‘1인 2역’, 작년말 광주시청서 尹시장 만나
전화-가족 모두 ‘대포’ 아닌 진짜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돈을 보내고 사기범 자녀의 일자리를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장현 전 광주시장(오른쪽)이 지난달 네팔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해 윤장현 전 광주시장(69)에게서 돈을 송금받고 자녀 채용 청탁까지 한 김모 씨(49·여)는 권 여사 및 권 여사의 지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김 씨는 ‘1인 2역’을 소화하며 광주시장실까지 직접 찾아가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권 여사를 사칭해 윤 전 시장에게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들이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렵다. 5억 원을 빌려 달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윤 전 시장이 확인 전화를 걸자 권 여사 행사를 하면서 “지인을 보낼 테니 만나보라”고 했다. ‘권 여사 목소리가 맞다’고 생각한 윤 전 시장은 김 씨를 권 여사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이틀 뒤 권 여사의 지인 역할을 하며 시장실을 찾아가 당시 현직이었던 윤 전 시장을 만난 사람도 김 씨였다. 윤 전 시장은 네 차례에 걸쳐 실명으로 4억5000만 원을 보냈고, 김 씨는 어머니 명의 통장으로 돈을 받았다.

사기범들은 보통 검경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쓴다. 하지만 김 씨는 권 여사를 사칭할 때는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권 여사 지인으로 행세할 때는 어머니 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올 1, 2월 윤 전 시장에게 ‘노 전 대통령 혼외자들의 취업을 부탁한다’며 실제로는 본인 자녀 두 명의 채용을 청탁할 때도 자녀들의 실명을 알려줬다. 전·현직 대통령 부인을 사칭하면 누구도 검경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씨가 범행을 시도한 5명 가운데 본인이 직접 검경에 신고한 사람은 없었다. 김 씨의 전화를 받은 한 인사가 주변에 ‘진짜 권 여사가 맞냐’고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서면서 김 씨의 사기 행각은 마침표를 찍었다고 한다.

광주지검은 김 씨를 상대로 범행 수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윤 전 시장이 6·13지방선거에서 공천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