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새 주장 김현수의 각오
새롭게 LG 주장을 맡게 된 김현수는 벌써부터 2019시즌을 향한 의욕이 대단해 보였다. 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9월에 조기 마감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이미 몸은 다 만든 상태다. LG 구단에서 선수들한테 한약도 챙겨주셔서 꼬박꼬박 먹고 있다”며 웃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올 시즌 김현수(LG·30)는 ‘타격기계’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으로 2006년 데뷔 후 최고타율(0.362), 최고장타율(0.598)을 찍었다. 특히 득점권 4할(0.419), 주자만루 8할(7타수 6안타 2홈런) 타율로 해결사 능력도 뽐냈다. 국내 복귀 첫 시즌의 화려한 성적표. 하지만 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현수는 “개인 결과만 좋았지 팀에 보탬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네요”라며 머쓱해했다.
“좋든 힘들든 끝까지 함께 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제가 예전에 재활 같은 걸 해본 적이 없다 보니 한 달 반이 굉장히 지겹더라고요. 빨리 복귀하고 싶어서 조금 괜찮아진 것 같으면 바로 뭐 좀 해봤는데 계속 아프고…. ‘아, 부상도 당할 수 있구나’ 알게 됐어요. 건강은 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웃음).”
9월 4일(KT전) 발목 부상 후 김현수는 남은 시즌 경기를 모두 TV로 봐야 했다. 평소 직업도 취미도 야구라고 말하는 그에게 ‘시청자 김현수’의 모습을 물었다. “저는 다 욕해요. 채널 다 돌려가면서 야구만 봐요.” ‘남의 잔치’가 된 가을야구도 모두 챙겨 봤다. “야구를 좋아하니까. 집에 있는데 야구 하면 보게 된다”는 그에게 팀이 (가을야구에) 못 갔는데 보면 기분이 별로 안 좋지 않으냐 물으니 “기분 안 좋아도 야구는 해야 되잖아요”라는 답이 나왔다.
이제 김현수는 새 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끈다. “(주장은) 예상을 못 했어요. 제가 팀에 1년밖에 안 있어서 선수들도 공감이 될지 걱정도 좀 있고요. LG 전통을 잘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하고 있는데 (LG에) 오래 있던 선수들 많으니까 자주 물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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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절부터 김현수는 경기장 안팎에서 군기반장을 자처하곤 했다. 그는 “(후배들) 괴롭히죠. 잔소리 많아요. (LG에서도)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동생들이 잘 다가와 줘서 쉽게 막 뭐라고 그랬죠”라며 웃었다.
2008년 이후 10년 만에 타격왕에 복귀한 김현수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으로 누구나 부러워할 ‘메이저리거’ 시절이 아닌 절실한 노력의 필요성을 깨달았던 ‘신고선수’ 시절을 맨 먼저 꼽았다.
“처음엔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프로 신인 지명 때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다 같이 모여 있었는데 저만 안 됐어요. 집에 가서 아버지랑 ‘연습생으로라도 불러주는 구단 있을 때 가서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보고 한 타석이라도 1군에 간다면 끝까지 가고 아니면 다른 길 찾아보자’ 했어요.”
늘 초심을 떠올리는 김현수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5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등 정상의 기억도 짜릿하다고 했다. 이미 “몸은 거의 다 만들어놨다”는 그는 주장으로 LG와 잊을 수 없는 추억 만들기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