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관계 디테일은 알지 못한 채로 미사여구만 남발한 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이 비리 폭로하기 시작하면 모든 관심은 이를 막는 데 쓰일 것 대북관계서 미국 공조 필요한 일은 ‘트럼프 게이트’ 터지기 전 끝내야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에는 유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논란,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감옥행 언급, 전 세계가 미국을 ‘약탈’하고 있다는 발언 등 음모론이나 허풍으로 유권자들을 흥분시키는 데 탁월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군사력 강화 및 인프라 투자, 감세 정책을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현실적인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했다. 선거 기간 내내 제대로 된 국정운영 계획 수립은 뒷전이었고 승리를 위해 TV용 이미지를 활용했다. 그리고 그 전략이 통했다.
하지만 TV를 통한 홍보 능력과 국정운영 능력은 별개다. 지난 2년간 끊임없이 주목해 온 북한 문제에 대해 그는 미국의 대북 목표를 논리적이고 계획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화염과 분노’라는 전쟁 위협에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기이한 애정 과시에 이르기까지 극단을 오갔다. 참모 관리도 되지 않고 있다. 백악관을 떠나는 참모가 상당히 많다. 전쟁 위협이 고조되던 당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주한 미국대사직을 비롯한 국무부 내 주요 고위직이 1년 넘게 공석이었다.
광고 로드중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진지하게 임하고자 한다면, 탄두와 제재 완화의 맞교환이나 미사일 감축과 일괄 원조의 맞교환처럼 논의 가능한 협상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접근법은 다양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실행 가능한 협상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설득할지도 알지 못한다. 단지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만 강조한다. 그는 진짜 협상 과정의 (매우 무능한) 대표로서 김 위원장을 단 하루 4시간가량 만났을 뿐이다.
내년 1월 민주당이 하원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막힌 비리에 관한 조사가 점차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유용 규모가 드러나면 그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이 스캔들을 막는 데 쓸 것이다. 나는 그 ‘게이트’가 한국 국정농단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본다. 마무리 단계에 있는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서 더 불미스러운 사실들이 드러날 가능성도 크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한반도 문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무장관이 그 공백을 다소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한반도 문제처럼 논쟁적인 사안은 워싱턴 정치 싸움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된 결과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6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은 비리 스캔들 속에서 한반도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것이다.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