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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광현]육체노동 가동연한

입력 | 2018-11-30 03:00:00


육체노동 가동연한(稼動年限)이란 몇 살까지 육체노동을 할 수 있는가를 뜻하는 법률용어다. 보통 기계에나 사용하지 농담이 아닌 다음에야 아무도 사람에게 가동연한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법이 속성상 얼마나 변하기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어쨌든 육체노동 가동연한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1989년 55세에서 60세로 바뀐 이후 강산이 3번이나 바뀔 만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6년 기준으로 82.4세로 1989년보다 10세 이상 늘었다. 환갑잔치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칠순 잔치도 보기 드문 요즘이다. 60∼64세 고용률은 60%로 전체의 절반 넘는 사람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경우를 보면 전국 약 27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7만2800명이나 된다. 현재 판례로도 의사는 65세, 변호사 목사는 70세까지 일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니 육체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가동연한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통사고든 안전사고든 피해자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배상을 할 것인가는 사안별로 복잡하다. 직장인의 경우 정해진 봉급이 있으니 계산하기가 비교적 쉽다. 문제는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일용직, 주부 같은 경우다. 현재 육체노동자의 일당(日當) 기준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건설협회가 제시한 9만5000원. 만약 35세 전업주부나 일용직 근로자가 본인 과실 없이 사망했을 경우 한 달 근로일수 22일에 60세까지 남은 날짜를 곱해 2억7700만 원을 받는다. 가동연한이 65세로 늘면 3억200만 원 정도로 많아진다.

▷육체노동 가동연한 기준이 연장되면 각종 보험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민사 사건에서의 손해배상, 국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끼친다. 평균연령만 늘어난 게 아니라 연금 수급 연령이 높아졌다. 반면 실제로 일하는 일수(日數)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사회 경제적 여건이 엄청나게 바뀌었으니 이제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손질할 때가 되긴 됐다. 그리고 이참에 가동연한이란 용어도 바꿨으면 한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