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25주년 맞은 독일 뮌헨필 세종문화회관서 3년 만에 공연 세계적 지휘자 게르기예프 “손열음-조성진 등 韓음악가 훌륭 내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대”
20년 지기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왼쪽)와 뮌헨 필하모닉오케스트라 파울 뮐러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서로 미리 냄새를 맡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탓에 불화가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전통 레퍼토리를 지키면서도 콘서트 포맷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893년에 창단돼 올해 125주년을 맞은 뮌헨필은 독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자신의 교향곡 4번과 8번을 직접 지휘해 세계 초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1911년엔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이후 루돌프 켐페, 제임스 레바인, 주빈 메타, 크리스티안 틸레만 등 여러 저명한 지휘자가 뮌헨필을 거쳐 갔다. 이 교향악단은 2015년 게르기예프를 영입한 뒤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게르기예프와 뮐러는 뮌헨필엔 19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신(soul)’ 같은 것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말러와 안톤 브루크너의 곡들로 이뤄진 전통적인 레퍼토리, 그리고 깊고 무거운 음색이 바로 그것. 뮐러는 여기에 더해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단순히 옛것을 보존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살아서 호흡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클래식이 현재와 미래에도 지속되도록 할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뮌헨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25주년 기념앨범.
지휘자 게르기예프도 “어린 관객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줘야 한다. 안 그러면 공연 중에도 ‘엄마 나 집에 갈래’라고 떼를 쓸 것”이라며 스마트폰을 쥔 아이를 흉내 냈다. 그는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여 자신의 개성과 악단의 정체성을 조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11∼201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뮌헨필 두 악단을 한자리에서 번갈아 지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화제를 낳았다. 21일 성남아트센터,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연에서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협연 선우예권)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선보였다.
게르기예프는 손열음, 조성진, 김기민 등 음악과 발레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인 국내 예술가들을 언급하며 “매해 훌륭한 한국의 음악가들이 세계 무대로 나오고 있다. 내가 심사위원으로 있는 2019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선 어떤 젊은이가 나를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고 했다.
“미국엔 좋은 공연장이 많지만 관객들은 연령대가 높아요. 반대로 한국은 악명 높은 티켓 값에도 불구하고 젊은 관객이 많이 보입니다. 한때 서양이 주도했던 클래식을 이제는 아시아가 리드할 차례입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