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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화재’ 칼럼 감명… 1년만에 기부합니다

입력 | 2018-11-26 03:00:00

동아일보 ‘예비 숙대생 다애가 남긴 것’ 칼럼 읽고 마음 움직인 익명 사업가
제천여고에 1000만원 전달
“지난해 칼럼, 책상에 두고 매일 봐… 목표 채울 때까지 매년 오겠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희생자 김다애 양의 빈소에 숙명여대에서 보낸 화환이 놓여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의 희생자 김다애 양(당시 18세)을 추모하는 본보 칼럼을 간직해 온 익명의 사업가가 김 양의 모교인 제천여고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희망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과 내일/최영해]‘예비 淑大生’ 다애가 남긴 것

2017년 12월 28일자 A39면.

23일 오전 9시 반경 충북 제천시 제천여고 교장실에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A 씨가 들어왔다. 수수한 정장 차림의 그는 전날 ‘지난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에서 숨진 김다애 양과 관련해서 의논할 게 있다’고 전화했던 남성이었다.

자신을 사업가라고만 소개한 A 씨는 이철수 제천여고 교장에게 올해 유독 어려웠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묻고 학생들의 반응을 들은 뒤 가방에서 A4용지 한 장과 봉투 두 개를 꺼냈다.

봉투에는 5만 원권 지폐가 100장씩 들어 있었고, 종이에는 동아일보 2017년 12월 28일자 A39면에 실렸던 ‘예비 숙대생(淑大生) 다애가 남긴 것’이라는 칼럼이 적혀 있었다. 이 교장은 “칼럼은 누군가가 직접 다시 타이핑을 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A 씨는 이 교장에게 “지난해 칼럼을 보고 감명 깊어 사무실 책상에 두고 매일같이 읽었다”며 “칼럼에 나온 부분 중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보낸 조화(弔花)보다 숙명여대 조화를 앞에 둔 부모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계층 사다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가려 했던 다애의 모습이 생생하다”며 “큰돈은 아니지만 다애 같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김 양은 지난해 12월 21일 화재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에 있다가 화마에 희생됐다. 김 양은 같은 해 11월 13일 이미 숙명여대에서 합격증을 받은 상태였다.

A 씨는 “목표로 세운 금액이 있다. 그것을 채울 때까지 매년 학교를 찾아오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교장은 23일 바로 1000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접수했고, 다른 교사들과 논의해 사정이 어려운 학생을 뽑아 도울 계획이다. 김 양이 진학하고 싶어 했던 숙명여대에 진학하는 학생이나 김 양의 모교인 봉양중학교 출신 중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학생에게 등록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