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소 추세인 교내폭력과 달리 급증
○ ‘학교 밖 청소년’들, 무리 중 약자 폭행
22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B 군(14·구속) 등 가해자들은 올해 여름 무렵 이들 중 한 명의 초등학교 동창인 A 군을 알게 된 뒤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무리 안에서 A 군은 자주 폭행을 당하는 약자였다는 게 A 군 주변인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A 군의 러시아 국적 어머니(38)는 “가해자들이 집에 놀러와 아들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았고 아들은 맨바닥에서 베개와 이불도 없이 잤다.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아들은 자주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고 전했다.
A 군의 가족과 지인들은 “A 군이 체구가 작고 러시아 혼혈로 외모가 달라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A 군 어머니의 지인은 “가해자 중 한 명은 초등학교 때부터 A 군을 괴롭혔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범행 당일인 13일 새벽 이들의 연락을 받고 나간 A 군은 공원에서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폭행을 당했다. A 군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들은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몇 시간 뒤 15층 옥상에서 떨어진 A 군은 참혹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가해자 중 한 명이 다닌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본보 기자에게 “학교에 자주 빠져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 교내 폭력 41% 줄 때 ‘학교 밖 폭력’ 2.5배 늘어
교내 폭력의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운영 등 제도적 장치가 확대되고 있지만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 벌어지는 폭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교내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학교 밖 폭력’은 2.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강릉 여고생 폭행사건’의 경우 가해 학생 6명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교에 다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의 가해자 3명 역시 학교에 적을 두고는 있었지만 절도, 상해 등의 혐의로 보호관찰 중이거나 소년원 위탁 상태로 학교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학교 밖 청소년들 사이의 폭력은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사망이나 중상해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피해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승혜 본부장은 “학교 안 폭력은 학폭위 등의 장치를 통해 피해 징후가 비교적 빨리 드러나지만 학교 밖 폭력은 무풍지대”라며 “성인 수준의 범행이 이뤄져 경찰이 개입하기 전까지 통제가 안 되다 보니 가해 청소년들이 폭력성에 둔감해지고 갈수록 흉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호 will@donga.com·이지훈 / 인천=황금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