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CNN기자 출입정지 해제 CNN 소송취하로 일단락됐지만 ‘대통령에 단일질문’ 규칙 만들어 어길땐 출입정지 제재 경고… 언론자유 침해 논란 불씨 남아 짐 캐리, 트럼프 풍자 만평 올려
미국 백악관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짐 어코스타 CNN 기자에게 내린 출입 정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내용의 ‘화해 서한’을 19일 보냈다. 어코스타 기자에 대한 출입 정지 결정에 반발해 법적 다툼에 나섰던 CNN은 백악관의 서한에 소송 취하로 화답했다.
미 행정부와 CNN의 ‘출입 정지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기자회견 규칙을 어기면 언제든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백악관이 짐 어코스타의 출입증을 원상회복시켰다”며 “이 결과 우리는 소송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백악관 취재를 다시 이어가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과 샤인 공보국장은 이날 어코스타 기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하나의 단일 질문을 해야 하며 △대통령이나 백악관 관리의 재량에 따라 후속 질문을 할 수 있으며 △질문이 끝나면 마이크를 넘기는 등 발언권을 양보해야 한다는 기자회견 규칙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백악관 출입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도 소송에서 질 경우 언론 자유와 백악관 취재를 제한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기자의 질문을 통제하고 출입까지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 침해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백악관 대변인실은 어코스타가 새 규칙을 어기면 출입증을 철회할 권리가 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어코스타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설전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 짐 캐리의 ‘트위터 만평’에도 등장했다. 백악관에서 설전이 벌어진 사흘 뒤인 10일 캐리가 트위터에 올린 만평(그림)을 보면 설전 당시 기자회견장의 트럼프 대통령 자리에는 어코스타 기자의 질문이 듣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 궁둥이를 보이고 있는 말이 그려져 있고, 말총(말의 꼬리털)은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카락 색깔과 비슷한 금발이다. 캐리는 이 만평에 “할리우드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듯이 당신이 짐승과 일할 때 모든 것은 더 어려워진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캐리는 그동안 트위터에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만평을 종종 올려 왔다.
캐리는 북한과 관련된 만평을 여러 편 그리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는 내 국민을 굶겨 이 미사일을 만들었다’라고 적힌 미사일 모양의 옷을 입은 채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고 바로 옆에 웃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세워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