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마음 읽는 ‘감성분석’ 방법론과 활용안 제시
○ 초콜릿 바 판매와 트럼프 당선
초콜릿 바 ‘스니커즈’를 판매하는 식품회사 마즈는 식사시간 이후보다 식사시간 이전의 트위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뚝뚝하고 퉁명스럽다는 걸 알게 됐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마즈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나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생성하는 문자 코멘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소비자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스니커즈 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알고리즘을 만든 것이다. 즉, 부정적 코멘트가 늘어나면 가격을 할인해줬고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가격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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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분야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왔다. 데이터 벤처기업 제닉AI가 개발한 ‘모그IA’ 프로그램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열흘 앞둔 10월 28일부터 다른 여론조사회사와는 달리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2000만 건이 넘는 소셜데이터를 수집해 다양한 머신러닝 기법으로 유권자들의 감성을 정확하게 분석한 덕분이었다.
김범진 데이터과학자에 따르면, 빅데이터 분석의 발전으로 이처럼 ‘소비자의 속마음’ ‘유권자의 진짜 생각’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되면서 감성 분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많이 언급된 단어’ 정도만 시각화해 보여주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단어와 문장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문맥에 따라 유사 단어를 비슷한 위치에 자동으로 배치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났고,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늘면서 제대로 된 문맥과 진짜 감성 파악이 가능해졌다.
○ 감성 분석의 현재와 미래
감성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활용 영역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나 채팅 앱에서 남녀가 나눈 대화 내용만 분석해도 ‘연인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얼마인지 추정할 수 있다. 스캐터랩이라는 국내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알고리즘은 실제로 이런 예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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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는 “하지만 기업들이 그동안 열심히 데이터를 모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면서 감성 분석 기술에 큰 발전이 있었다”며 “카드회사의 경우 소비 및 구매 성향 분석을 넘어 ‘왜 소비자가 특정 점포에서 구매를 했는지’를 텍스트 분석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소비자 행동에서 ‘왜’를 찾아낼 수 있게 되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진짜 마음을 알기에, 고객의 기분에 따라 ‘오늘은 서울∼양양고속도로 대신 옛 경춘가도로 운전하라’는 식의 추천을 하고 경로 안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표정과 말투까지 인식해 감성을 파악하는 기술이 더해지면 고객의 현재 기분과 관심사에 부합하는 음악과 식당, 쇼핑몰을 추천해주는 등 수많은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에뛰드하우스와 소비자 감성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한 신경식 이화여대 교수는 “감성 분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용 분야별 특성을 살린 ‘감성 단어 사전’을 꼼꼼하게 잘 구축하고, 어떤 데이터를 얼마의 주기로 수집할 것인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프로젝트에서 의도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뿐 아니라 그동안 다른 이유로 쌓아놨던 다른 데이터와 연계해 분석할 수 있는 유연성도 효과적인 감성 분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