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견고했던 기업이 주가 반토막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유럽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28만9000원(7월 24일 종가)을 찍었다. 상장한 지 9개월여 만에 상장 당일(2016년 11월 10일) 종가인 14만4000원의 두 배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송도2공장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과 3공장 준공 등 생산 능력을 입증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 초 “2010년 솔직히 바이오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도 성공을 자신하진 못했다”며 “그래도 반도체를 넘어설 미래 사업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장기 투자를 해왔고 그 덕에 지금의 바이오 계열사들의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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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인정받던 회사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건 올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는 감리 결과를 내놓으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동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꿔 처리한 것이 분식회계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앞서 금감원은 2016년 회사 상장 당시, 그리고 상장 직후 참여연대가 회계처리 적합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초에도 당시 진웅섭 금감원장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던 사안이기도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당시 국내 3대 회계법인과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검토를 거쳤고 금감원도 여러 차례 문제없다고 말했던 사안”이라고 반박했지만 주가는 20% 넘게 곤두박질쳤다.
이후 3차례의 감리위와 5차례의 증선위를 거치면서 금융당국은 또 한 번 말을 뒤집었다. 올해 7월 1차 감리 때만 해도 ‘회사의 선택사항’이라고 했던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 처리에 대해 11월 2차 감리 결과에선 “2012년부터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인식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금융당국의 애매모호한 기준을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춤을 췄다. 금감원 감리조치 사전 통지 후 첫 거래일인 5월 2일 40만4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올해 8월 삼성이 바이오를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3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을 개시하면서 주가는 53만8000원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10월 31일 증선위가 재감리 결과를 심의한다는 소식에 38만7500원으로 추락했고, 이달 들어 시장에 퍼진 ‘상장 폐지’ 루머와 맞물려 2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2017년 7월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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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그동안의 수주 현황과 사업 실적을 보면 견고한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 분명한데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와 그에 따른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잣대가 결국 멀쩡했던 회사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과 소액주주를 보호해야 할 당국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는 양상이란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는 회계기준 변경이 삼성물산 합병 및 승계 논란과 관련 있다는 주장은 시점상 앞뒤가 바뀌어 있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 결정됐고 합병은 7월에 마무리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은 2015년 말 결산 시점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회계분식의 출발점은 기업가치의 하락 여부에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이나 미국 엔론처럼 매출의 과다계상과 매출원가의 과소계상이 출발점이 돼야 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업가치에 영향이나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폭락 속에 삼성전자 주식까지 동반 추락하면서 올해 삼성그룹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은 418조3258억 원으로, 지난해 말의 475조1252억 원에서 56조7994억 원(11.95%)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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