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도 ‘가짜뉴스’는 큰 사회적 문제다. 주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통되는 가짜뉴스는 근거 없는 사실을 퍼뜨려 특정 단체나 개인을 공격한다. 뉴시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아프리카도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인종차별, 경제난, 이슬람 극단주의 같은 종교적 문제 등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많은 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요즘 음식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멀쩡하게 운영되고 있는 음식점이나 상점의 내·외부 사진이 가짜뉴스와 함께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대상은 주로 ‘외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남아공은 청년 실업률이 3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등 인근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어 간다며 외국인을 폭행하거나 집이나 가게에 불을 지르는, 이른바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현상이 수년째 이어져 왔다. 외국인이 만든 음식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가짜뉴스가 유행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그 나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언론사들 중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은커녕 인터넷 사이트조차 엉성한 곳이 상당수다. 뉴스를 유통하고,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버는 식의 일반적인 미디어 사업을 벌이는 회사도 드물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는 종종 페이스북, 와츠앱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들이 거의 ‘뉴스’의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페이스북에서는 주로 어느 언론사의 보도 같은 출처보다, 그 소식을 알려온 ‘전달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정보를 소비할지 말지가 결정되곤 한다. ‘내가 아는 이 사람은 문제가 될 이야기를 전달해줄 사람이 아니다’란 생각이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식이다. ‘내가 알게 된 이 소식을 나랑 친한 사람들에게도 어서 전달해주고 싶다’는 묘한 욕구나 의식도 가짜뉴스 전파 속도를 높인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분석한 결과 미국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인기를 끌었던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 건수는 총 871만1000건이라고 한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전통 미디어가 썼던 대선 기사 중 가장 호응이 높았던 20건에 대한 반응(736만 건)을 넘어서는 수치다. 아프리카 내 가짜뉴스와 관련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국보다 상황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요즘 가짜뉴스와 팩트체크의 싸움이 한창이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용자가 가짜뉴스를 신고하면 사업자가 7일 내 심사를 해서 차단 여부를 결정하게 하거나, 가짜뉴스에 자동적으로 팩트체크된 기사가 붙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돼 왔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도입돼 실행되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나이지리아, 케냐, 이집트 등에서는 “미디어의 민주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초래했다”는 논리를 편다. 정부 비판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가짜뉴스라며 단속한다.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는 구실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에 대한 견제나 비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이를 권력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려는 아프리카 정부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서동일 카이로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