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자본 풀어 주주에게 환원을”… 이사진에 지배구조개선 촉구 서신 “주총서 유리한 위치 선점 노린듯”
엘리엇 계열 펀드 투자자문사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은 13일 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이사진에 주주 환원 정책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협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5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그 후 엘리엇은 9월에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후 각각 글로비스, 현대차와 합병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압박을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엘리엇은 우선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은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다. 현대차는 8조∼10조 원, 현대모비스는 4조∼6조 원에 이르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소 12조 원 규모의 자본을 풀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해 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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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요구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다. 엘리엇은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나도록 기업구조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엘리엇 및 다른 주주들과 협업하라”고 요구했다.
자동차업계는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엘리엇이 다급한 나머지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한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주주임을 처음으로 밝혔던 4월 4일 현대차 주가는 15만6500원이었다. 7개월여가 지난 14일 종가는 10만1500원으로 당시 대비 약 35.1% 하락했다. 글로벌 경제지 블룸버그는 최근 “엘리엇 지분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약 5억 달러(약 5683억 원)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하락하는 등 실적이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고, 미국의 25% 관세 부과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새 개편안이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먼저 현대차그룹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주주총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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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이런 전략은 삼성을 상대로도 효과를 거뒀다. 2016년 10월 엘리엇은 삼성에 △30조 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추가 △나스닥 상장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이른바 4대 요구로 압박했다. 한 달 뒤 삼성전자는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 환원에 활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듬해인 2017년 1월 “9조3000억 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