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일본투어 시작]혐한 움직임에도 도쿄돔 콘서트 성황 팬들 “정치와 상관없이 좋아해”… 지민 “광복절 티셔츠, 마음 아파” 소속사도 “원폭피해자에 사과”… BTS-트와이스, 日차트서 1위
13일 오후 도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보려는 많은 팬들이 입장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모여 서 있다. 5만여 장의 티켓은 한 달 전에 매진됐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13일 오후 일본 도쿄 분쿄(文京)구 도쿄돔 앞에서 만난 여대생 다나카 아사토 씨(19)와 다니이 리리아 씨(19)는 기자에게 “BTS는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며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와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BTS 노래를 들으려고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이들은 한국어로 “응원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 공연장에선 “BTS 파이팅”, 밖에선 “BTS 용서 못 해”
공연장 안 열기와 달리 공연장 밖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연 시작 3시간 전부터 일본 우익 단체 소속 남성 2명이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일본을 싫어하는 반일 그룹과 이들을 좋아하는 팬들 모두 지금 당장 한국으로 가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은 우익들을 향해 항의 시위를 벌였다.
BTS 공연 찬반 논란에도 일본 팬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원 사토 미쿠 씨(23)는 “정치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BTS의)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에 시작된 공연은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지민은 광복절 티셔츠와 관련해 일본어로 “여러 상황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공연 직후 소속사 측은 광복절 티셔츠 건과 4년 전 패션 화보 촬영 중 나치 문양의 모자를 쓴 것에 대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의 사과 요구 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원폭 피해자와 나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아니었지만 의도치 않게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점에 사과드린다”며 “한일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고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에 사과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 한류는 굳건, 한일 관계는 갈등
한편 공연장 밖에서는 일본 우익단체 소속의 한 남성(뒷모습)이 “BTS 공연 중지”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휴대전화로 이 남자를 촬영하고 있는 사람은 이 시위에 항의하며 시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실제로 이날 발표된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11월 19일자)에서 BTS의 최신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는 첫 주 45만 장이 팔려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앨범 차트 1위는 트와이스가 한국에서 발표한 6번째 미니 앨범 ‘예스 오어 예스’였다. 오리콘 차트 싱글과 앨범 부문을 모두 한국 아티스트가 석권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한일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다. NHK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 국민의 69%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13일 전했다. “납득할 수 있다”는 답변은 2%에 불과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 등이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같은 극한 표현을 써가며 ‘한국 때리기’에 몰두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46%로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