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독주에 맞서 러시아 중국 유럽 등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킹 달러(King Dollar)’의 위세에 눌려 변죽만 울리는 ‘정치적 수사(修辭)’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 트럼프의 ‘달러 무기화’에 반발, ‘달러로부터 독립’ 선언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3월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의 관세 보복으로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되면 달러로 구입해야 하는 원자재 확보가 어렵다는 게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보복 관세로 갈등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EU)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9월 “유로를 기축통화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내에서는 미국과 별개의 독립적 지불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 정치적 수사 한계 넘지 못한 ‘달러로부터 독립’
러시아의 달러 의존도가 줄긴 했지만 소말리아 해적마저 몸값으로 달러를 요구하는 ‘달러 패권 시대’에 달러를 외면하는 건 쉽지 않다. 러시아는 달러로 거래되는 석유와 가스 매출이 국가 예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리처드 시걸 매뉴라이프애셋매니지먼트 신흥시장 분석가는 “러시아 경제는 원자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탈달러’가 장기적으로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 달러 약세 점친 ‘달러 베어들’ 동면 들어가야 할 수도
6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달러화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가 13년 만에 최고인 3%에 육박하는 성장이 예상되는 데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확인되면서 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달러 베어(dollar bears·달러 약세를 점치는 사람들)’는 올겨울 동면에 들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세가 식어가면서 달러가 약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문제, 이탈리아 재정위기 심화 위협,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강세가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