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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규제에 인허가만 1년7개월… 24개 기관과 15단계 절차 거쳐

입력 | 2018-11-12 03:00:00

‘새만금 재생에너지 모델’ 군산 수상태양광 단지 가보니




8일 찾은 전북 군산 산업단지 수상태양광 단지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이 발전소의 발전용량은 18.7MW(메가와트)로 국내 최대 규모지만 이날 오후 실제 발전량은 0.52MW, 이용률은 0.8%에 그쳤다. 군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8일 오전 전북 군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수상태양광발전소. 바다 바로 옆 37만2181m²의 거대한 유수지(홍수 시 바닷물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저수지) 위는 푸른색 태양광 패널로 빼곡하게 덮여 있었다. 발전용량 18.7MW(메가와트)로 연간 745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태양광발전소다. 올해 7월 431억 원을 들여 완공한 이곳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가지며 유명해졌다. 유수지 양옆으로는 풍력발전을 위한 거대한 터빈 수십 기가 설치돼 있다. 군산 수상태양광발전소는 새만금 전체 면적(409km²)의 9.36%에 해당하는 38.66km² 부지에 풍력,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만들겠다는 ‘새만금 비전’의 모델이 됐다.

○ 인허가 규제, 여전히 복잡하게 운영

아침부터 비가 내린 흐린 날씨인 탓에 이날 낮 12시 반경 발전량은 520W(와트), 이용률은 0.8%에 불과했다. 태양광은 일조량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차이나는데, 보통 태양광발전소의 발전 효율은 총 발전 용량의 10∼15%이다.

군산 발전소는 산단 유수지에 처음 설치된 수상태양광 시설이다. 통상 전체 수면의 10% 이내 크기로 설치되는 댐이나 저수지의 수상태양광 시설과 달리 전체 수면의 약 56%에 설치돼 있다. 지역 재생에너지 중소기업인 DNI코퍼레이션이 30%, 발전 공기업인 남동발전이 2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피앤디솔라가 운영한다.

박식 DNI 대표 겸 피앤디솔라 공동대표는 “(발전소를 완공하기까지) 정부 규제가 가장 힘들었다”며 “인허가를 받는 데 전체 사업 추진 기간 2년 중 1년 7개월이 소요됐고, 협의를 거쳐야 하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기관만 24곳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총 15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허가 기관도 제각각이다. 공사계획 인가는 중앙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술 검토는 전기안전공사에서, 공사계획 신고는 관할 지자체에 해야 한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인허가 규제는 여전히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민간자본 10조 원을 끌어들여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비전은 비전일 뿐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군산 발전소는 산단 내에 위치해 기반시설이 잘 조성돼 있었지만 새만금은 그렇지 않다”며 투자 유치,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정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공사 기간에는 年 1만4000명 인력 투입

현재 총면적 22만 m²인 군산 발전소에 근무하는 인원은 6명이다. 공사 기간에는 연간 1만4000명이 투입됐다. 수리, 점검 등에 비정기적으로 인원이 추가 투입되지만 일단 시설이 완공되면 고용 창출 효과는 뚝 떨어진다. 정부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건설에 연간 200만 명이 투입될 것으로 봤지만 길어봐야 1, 2년짜리 일자리인 셈이다. 일부 지역 주민들이 ‘새만금 비전’을 반대하는 큰 이유 중 하나도 고용 효과가 작다는 점이다.

군산=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