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조치 7일 발령… 차량 2부제 혼란
출입 제지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의 하나로 차량 2부제가 시행된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차량 번호가 짝수인 위반 차량이 출입을 제지당해 돌아가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차량 2부제 규정 몰라 우왕좌왕
이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한때 m³당 서울 도봉구 112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경기 안성시 봉산동 153μg 등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낮아졌다.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조치’가 발령된 서울 인천 경기에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차량 2부제가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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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에서는 차량 출입 기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공무원과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졌다. 본보는 서울 종로구 일대 정부기관 4곳과 서울시 산하기관 2곳을 점검했다. 친환경 차량 등 운행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출입하는 차량이 여럿 발견됐다.
낮 12시 반경 헌법재판소에서는 차량번호가 짝수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차량과 짝수 번호인 경호차 1대가 나란히 청사에서 나왔다. 헌재 관계자는 “공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기관장이 예외를 인정한 경우 운행할 수 있다”며 “내일(8일) 재판관들 평의도 있고 해서 허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경찰서 주차장에는 차량번호가 짝수인 차량이 5대 이상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사고 차량의 경우 출입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오후 2시 반경 끝 번호가 ‘6’인 차량이 정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출입이 전면 불허된 서울시청 주차장에는 오전 11시 반경 책을 실은 1t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급히 작업해야 하거나 필수적인 작업 차량까지 엄격하게 출입을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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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간부는 2부제 때문에 전날 밤 귀가하지 않고 청사 숙직실에서 잤다. 그는 “집이 서울 강남구라 자가용이 아니면 출근하기 힘든데, 짝수 차량은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아예 청사에서 잤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에서 정부서울청사로 차를 몰고 온 이모 씨(40)는 “우리 지역은 차량 2부제를 실시하지 않아 운행이 안 되는 걸 몰랐다”며 “멀리서 왔는데 아침부터 주차 때문에 돌아다녀야 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내년 2월부터는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극심할 경우 광역단체장의 판단으로 민간에도 차량 2부제 적용을 의무화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차량 2부제를 비판하는 글이 30여 건 올라왔다. “차량 2부제 대신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라” “차 안 타고 다니고 경유차 운행 안 하면 미세먼지가 없어지냐” 등의 내용이 많았다.
윤다빈 empty@donga.com·권기범·김하경 기자